현대차, 수제작한 고성능車···"전세계 구매 문의 빗발"

중앙일보

입력 2018.10.07 09:00

수정 2018.10.0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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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모터스포츠 산실을 가다…"WRC 우승 눈 앞에" 

엔지니어들이 독일 알체나우 현대모터스포츠법인에서 경주용 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시동을 거는 순간 작은 차체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4m를 간신히 넘는 ‘준중형급’ 덩치지만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든 다부진 오버펜더(광폭 타이어를 달기 위해 차체 옆 부분을 늘린 것)와 후미의 커다란 날개 모양 리어 스포일러는 이 차가 범상치 않은 차임을 짐작하게 했다.
 
지난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알체나우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모터스포츠법인(HMSG)이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현대차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개최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경주대회인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 2014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올 시즌 WRC 종합우승을 노리고 있는 현대 쉘 모비스 월드랠리팀의 i20 경주용 자동차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 모터스포츠법인은 WRC와 올해부터 참여한 ‘월드 투어링카 컵(WTCR)’ 등 현대차 모터스포츠의 산실이다. 불과 4년의 짧은 역사지만 현대차의 WRC팀인 ‘현대 쉘 모비스 WRT’는 이번 시즌 ‘도요타 가주 레이싱팀’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모터스포츠법인은 한국의 남양연구소와 함께 자동차 경주용 차량을 개발하고 제작한다. 한 시즌 동안 WRC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3대의 차량만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13개국을 돌아다니며 치러지는 경기를 준비하기 위한 수리 작업도 이뤄진다. 대당 10억원가량 하는 WRC 차량은 직접 수제작으로 만든다. 황인구 책임연구원은 “FIA의 규정 안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해야 하고, 한 시즌을 치르기 위해선 뛰어난 내구품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WRC에 도전한 건 사실 처음은 아니다. 2000년 당시 소형세단 베르나를 개조해 처음 출전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3년 만에 철수했다. 10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현대차는 2012년 WRC 복귀를 선언했고, 첫 출전인 2014년부터 포디움(1~3위 입상)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첫 종합우승을 노리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연간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모터스포츠에 현대차가 도전하는 건 모터스포츠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고, 모터스포츠를 좋아하는 유럽시장에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2015년 고성능 브랜드인 'N'을 선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포장∙비포장 도로를 모두 달리는 WRC는 세계 유수 완성차 업체들이 참여해 자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장이 돼왔다.

스테판 헨리히 현대차 모터스포츠법인 마케팅 디렉터가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헨리히 디렉터는 "WRC는 현대차 브랜드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모터스포츠"라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폴크스바겐, 아우디, 푸조, 피아트, 포드 등 대중차 브랜드들이 WRC를 통해 성장했다. 스테판 헨리히 현대차 모터스포츠법인 마케팅 디렉터는 “다양하고 가혹한 조건에서 차량을 시험할 수 있단 점에서 현대차 브랜드에 가장 잘 어울리는(best brand fit) 모터스포츠가 WRC”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5년부터 ‘커스터머 레이싱(Customer Racing)’ 부서를 만들어 각종 모터스포츠에 참여하는 차량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올해 WRC와 WTCR 등에서 현대차가 만든 차량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전 세계 경주팀의 구매도 줄을 잇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40여개 레이싱팀이 현대차의 경주용차를구입하거나 문의해오고 있다”며 “모터스포츠법인은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고성능 차량 개발은 물론, 수익성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 설립 6년, WRC 참가 4년 만에 현대차그룹의 고성능 차량 개발과 유럽시장 공략의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은 독일 바이에른주 알체나우의 모터스포츠법인 전경. [사진 현대자동차]

 
알체나우(독일)=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