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성범죄 만행을 알리고 피해자들을 돕는 데 헌신해 온 콩고 출신 의사 드니 무켄제르 무퀘게(63)와 이라크 출신 여성 운동가 나디아 무라드(25)가 선정됐다. 무퀘게는 콩고 내전에서, 무라드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서 저질러진 성폭력을 고발하고 피해자 인권 향상에 힘쓴 공로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무퀘게와 무라드를 선정한다고 밝히면서 이들이 “전쟁과 무장전투에서 성폭력을 무기화하는 것을 끝장내려 노력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성폭력 위험성을 알리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거센 가운데 전쟁 성범죄의 잔혹성을 알리고 피해자 구제에 앞장 서온 선구적 인물들로 평가된다.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의 남키부 부카부 출신의 산부인과 의사인 무퀘게는 두 차례 콩고 내전 과정에서 잔인한 성폭행이나 신체 훼손을 당한 여성 피해자들을 도왔다. 그가 설립한 '판지 병원'에서 진료하고 재활한 피해자만 8만5000명에 이른다. 무퀘게는 2012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행을 전쟁 도구로 삼는 만행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성범죄를 전쟁도구화 하는 걸 끝장내는 데 기여"
1993년생인 무라드는 2014년 17세에 평화상을 수상한 말랄라 유사프자이(파키스탄 출신 여성교육운동가)에 이어 두번째로 젊은 평화상 수상자다.
올해 평화상 후보는 331명에 이르러 1901년 첫 시상이 이뤄진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 해외 일부 도박사이트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을 북핵 위기 해결의 공로를 들어 수상자로 거론하기도 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올 후보 추천이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마감된 데다 북한의 비핵화가 구체적 결실을 보지 못한 단계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O)이 상을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2000년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상한 바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