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드림커뮤니케이션 대표(2000~2004년), 위자드웍스 대표(2006~2015년), 루비콘게임즈 대표(2010~2011), 체인파트너스 대표(2014~현재)…’.
‘교육+혁신’ 릴레이 인터뷰
청년 IT 스타트업 대표주자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 ‘명문대(연세대) 출신, 최연소 벤처창업가’, ‘블록체인 프론티어(선구자)’, ‘벤처 중의 벤처’라고 불리는 등 면면이 화려합니다. 10대 시절에 창업에 뛰어든 계기가 있는지요.
이후로 웹 서비스를 계속 만들었고, 모바일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모바일 앱을 줄기차게 만들었습니다. 2000년에 만든 ‘이지로(ez.ro)’와 2008년 개발한 위젯 서비스 ‘위자드팩토리’는 사용자 1000만명이 넘었습니다. 2012년 만든 모바일 노트 앱 ‘솜노트’, 2014년 만든 ‘테마키보드’도 각각 700만명 넘게 썼고요.
제작의 고통은 너무 힘듭니다.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몇달, 몇 년을 버텨야 합니다. 하지만 수백, 수천만 명에게 내가 만든 제품을 선보이고 그들이 만족하며 쓸 때 그 기쁨은 만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제가 계속 이 분야에 빠져 제작의 길에 서 있는 이유입니다. 제 평생 언젠가는 전 세계인이 쓰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주변의 반대나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부모님, 선생님의 반대는 당연했습니다. 학생이 공부 안 하고 이상한 짓 한다고 주위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학교도 다니고 학원도 다니면서 남는 시간에 개발하고 했습니다. 당시엔 요즘처럼 학생 창업에 대해 이해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었어요. 중고교 때도 새벽 2~3시까지 서비스 개발하다 잤습니다. 학교에선 졸기 일쑤였지요. 만날 혼나고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했습니다. 지금도 화장실 청소 하나는 자신 있어요(웃음). 후회요? 전혀 없습니다. 제 이후 창업한 많은 친구는 학교에서 봐줘서 출석도 제대로 안 한 친구들이 많거든요. 학업과 창업을 병행하면서 배려받거나 양보받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 IT 스타트업 창업의 장점, 단점은 무엇입니까.
특히 창업하면 하기 싫은 일을 자꾸 하게 됩니다. 창업을 안 했으면 죽어도 안 했을 일들이죠. 그런데 사람은 하기 싫은 일을 하며 가장 많이 성장합니다. 내가 못하는 일이 특히 하기 싫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에 입사하는 일도 어렵지만, 스타트업에 합류하면 비교적 나 자신의 능력 부족을 더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은 나이를 먹으며 점점 스스로 발전할 기회가 되기 때문에 저는 창업이든 취업이든 스타트업을 적극 추천합니다.
단점은 잘못하면 인생이 실패의 루프(loopㆍ고리)를 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상 반드시 그게 대성공이 아니더라도 적절히 만족스러운 끝을 봐야 합니다. 그래야만 경험과 자신감이 증폭되어 점점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반복적인 실패의 경험은 사람을 더욱 위축되게 만들 뿐입니다. 저도 결과적으로 여러 차례 실패했지만 적어도 영광스러운 성취가 있었습니다. 그나마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계속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거고요. 영광의 성취조차 없는, 반복된 실패는 오히려 대기업에서 잘했을 수 있는 사람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자신이 큰 조직의 일원일 때 잘하는 사람인지, 자기 일을 할 때 즐거운 사람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악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취직도 해보고 창업도 해보는 겁니다. 무엇을 할 때 더 잘하고 더 재미있는지를 깨달으면 됩니다.”
- 대학 시절, 혹은 그보다 어린 시절부터 창업가를 꿈꾸는 청소년이라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리더가 되는 훈련보다 중요한 건 무언가 내 머리로 상상한 아이디어를 내 손으로 만드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서 실패가 싹트고 실패의 반복에서 개선이 움틉니다. 도전과 실패, 개선의 반복이 곧 자신감이 되고 경험이 되어 취미가 곧 비즈니스가 되기도 합니다. 내가 남들이 사줄 만큼 무언가를 잘 만드는 사람이 어느 순간 되면 그게 바로 사업가가 되는 것입니다. 고로 가장 먼저 시작할 것은 무언가를 만드는 훈련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남들이 만든 걸 내가 좋아하면, 우리는 돈을 내고 기꺼이 그것을 삽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다고 합니다. 어떤 분야 창업에 많은 가능성과 길이 열려 있을까요.
4차 산업혁명은 그냥 지나가는 유행입니다. 유독 한국에서만 주목받는 용어입니다. 청소년 여러분은 유행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 그중에서도 남들이 내가 만든 걸 사줄 만한 일을 천천히 찾아보세요. 책도 읽고, 신문도 보고, 전시회도 가고, 여행도 가고, 봉사도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하며 그중에 내가 가장 재미있어하고 남들보다 잘하는 무언가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 미래 창업가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추천할 만한 책 3권을 추천 부탁드립니다.
『대우는 왜』는 1980년대 삼성, 현대보다 잘 나가던 ‘스타트업’이었던 대우에서 일한 사람들이 한 챕터씩 맡아 쓴 기록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가장 먼저, 가장 멀리 나갔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1980년대 이미 전 세계를 누빈 한 세대 이전의 한국인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2018년을 살아가는 청소년에게 큰 자극이 될 것입니다.
- 수많은 사람이 창업했다가 실패합니다. 실패하지 않는 창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창업하는 친구들에게 ‘실패하라’고 말할 수는 없겠죠. 아무도 그걸 바라고 창업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실패해도 괜찮다’, ‘지금 실패할수록 나중엔 훨씬 큰 이득이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 많은 분야 중에서도 최근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 창업에 뛰어든 계기가 있는지요.
- 한국에선 ‘코린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청소년층까지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청소년들은 암호화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요.
- 개인의 비전, 꿈은 무엇입니까.
그래서 이제 저에게 꿈과 목표가 있다면 더 큰 도전을 해보는 것입니다. 전 국민이 쓰는 제품을 넘어, 전 세계가 쓰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더 많은 좋은 제작자들과 함께 계속 탐구해야 합니다.
그런 날이 오더라도 저는 목표만을 추구하며 함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 그렇듯 그때도 그 과정을 즐기며 행복을 만끽할 것입니다. 고통도 행복이고 즐거움도 행복입니다. 제작자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패와 재도전을 계속하는 것만큼 숭고한 기쁨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제가 ‘제작자’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표철민 대표가 청소년을 위해 풀어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암호화폐는 쉽게 말해 포켓몬 카드입니다. 포켓몬 카드를 100만개 만든 겁니다. 그걸 잔뜩 갖고 싶은 사람이 사는 것이고 팔고 싶은 사람이 파는 겁니다. 그래서 거래가 일어납니다. 사고 싶은 사람이 갑자기 몰리면 가격이 오릅니다. 그런데 포켓몬 카드가 1장에 1만원 하면 그걸 불법으로 복제하는 사람도 나타나겠죠. 불법 복제 카드가 마구 돌아다니면 아무도 만 원 주고 포켓몬 카드를 사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정품 포켓몬 카드를 가진 사람들이 약속합니다. 정품 카드를 가진 주인 이름을 적어 우리끼리 복사해서 한 부씩 가지고 있자고 말입니다. 그러면 그 장부에 적혀 있지 않은 카드나 주인은 가짜일 겁니다. 정품 카드를 가진 사람이 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팔 때 그 장부를 수정해 새 소유자를 기록합니다. 그리고는 다른 정품 카드 소유자 모두에게 해당 카드의 새 주인을 알려줍니다. 그런 식으로 전파하면 계속 정품 카드 가치를 가짜 카드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내가 가진 정품 카드가 하나가 아니라 두 장이라고 거짓말을 전파한다고 치죠. 옆 사람이 마음먹고 거짓말을 하면 내가 가진 거래 기록이랑 다르니까 혼란스럽습니다. 그럼 내가 믿을 수 있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 하죠. 그 사람도 또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해서 전체 정품 포켓몬 카드를 가진 사람에게 확인합니다. 이 과정에서 과반수가 해당 거래를 인정하면 해당 거래는 참이 됩니다. 하지만 거짓 거래를 인정해 줄 사람은 고작해야 친구 몇 명뿐일 겁니다. 결국 과반수가 동의하지 않아 이 거래는 무효가 됩니다.
이처럼 과반수의 합의에 따라 거래기록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장부를 우리는 ‘블록체인’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이 장부는 중간에 거래를 검증해주는 제삼자가 없습니다. 포켓몬 카드를 가지고 거래하는 모든 사람이 한 사람 한 사람 검증인이 되어 진짜 그 거래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승인합니다. 이런 절차를 통해 정품 포켓몬 카드의 가치는 계속 유지됩니다. 포켓몬 카드를 비트코인으로 바꿔 생각하면 그게 여러분이 익히 들어온 비트코인의 유지 구조입니다(물론 비트코인은 구매자와 검증자가 분리될 수 있습니다. 이 사례는 더욱 쉬운 설명을 위해 더 단순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