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로 유명한 영광에서는 새로운 명절 특산품이 뜨고 있다. 떡을 만드는 쌀에 모싯잎을 섞어 만든 모싯잎송편이다. 기존 송편에 모시의 산뜻한 맛과 향을 더함으로써 연중 전국으로 팔려나가는 히트 상품이 됐다. 영광군은 모싯잎 송편으로만 한 해 280억 원(3360t)의 매출을 올린다. 송편 매출로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명절 앞 특산품 모시송편 주문 폭주
고온서 시드는 모싯잎 특성도 고려
물량 맞추려 주민 40명 ‘밤샘 작업’
영광군 송편으로 한 해 280억 매출
새벽에 진행되는 모싯잎 채취는 모기나 해충들과 싸워가며 작업을 하는 탓에 비옷과 장화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숙달된 작업자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하루 최대 200㎏의 모싯잎을 딴다. 일당은 10㎏당 1만원씩 계산돼 한 번에 20여만원까지 손에 쥘 수 있다. 7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는 모싯잎 수확 기간에만 1000만원을 버는 농민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잠든 야간에 작업하는 탓에 뜻하지 않은 오해를 받기도 한다. 대형 모시밭의 경우 40여 명이 헤드 랜턴을 켠 채 작업을 하다 보면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지난달 초에는 영광~함평 간 서해안고속도로 인근의 모시밭에 신고가 들어가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 신고자는 “도로 옆 숲속에서 수십 개의 불빛이 춤을 추고 있다”고 경찰에 알렸다.
축축한 밤이슬과 작업자를 향해 날아드는 해충도 새벽 작업을 고되게 한다. 특히 태국이나 라오스 등에서 시집온 이주여성들은 큼지막한 애벌레나 나방을 보고 기겁을 하기 일쑤다. 모싯잎 채취가 진행되는 모시밭 곳곳에서 “악”하는 비명과 웃음소리가 동시에 쏟아지는 것도 외국인들에겐 생소한 벌레 때문이다. 영광의 모시밭은 농약을 쓰지 않아 ‘모시 벌레’로 불리는 큰멋쟁이나비 애벌레 등이 밭 곳곳에서 출몰한다. 라오스 출신인 뒤양(45·여)은 “차라리 모기는 괜찮은데 큰 벌레는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모싯잎송편의 인기는 떡 생산업체와 관련 농가들의 증가세에서도 확인된다. 상업화 초기인 2003년 15개였던 영광 지역 떡 가공업체는 현재 141곳까지 늘어났다. 주재료인 모싯잎의 수요도 늘어나면서 모시 재배면적이 70㏊(70만㎡)까지 증가했다. 현재 영광에서는 축구장(7140㎡) 100개 크기에 달하는 총 99개의 밭에서 한 해 1050t의 모싯잎이 생산된다. 연간 모싯잎송편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국내산 쌀도 1397t에 달한다.
영광 모싯잎송편은 1970년대 후반 영광시외버스터미널에 가판을 차린 할머니들에 의해 외부에 알려졌다.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춘 것은 떡 가공업체들이 상업적인 판매에 나선 2000년대 초반부터다. 고현아(38·여) 영광군 떡산업육성담당 농촌지도사는 “송편 자체의 매출도 중요하지만, 국산 쌀과 모싯잎·동부 등 작물의 안정적인 재배 기반을 돕고 농한기 때 일자리 제공 등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