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성관계 영상 등 '디지털 흔적'을 지워주는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 김호진(49)씨는 4일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가수 구하라(27)씨를 보며 몇년 전 겪은 일화를 전했다.
유포된 성관계 영상 삭제를 의뢰한 여성에게 전화를 걸자 그녀의 부모가 "왜 없는 딸을 찾느냐"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 5년간 자체 통계를 내보면 의뢰인 100명 중 5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이런 일을 겪은 피해자들은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않고 떠난다"고 했다.
구하라 영상 유포, '리벤지포르노 협박' 양상
관련 범죄를 변호했던 주영글 변호사(32·법률사무소 해내)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구씨는 영상이 유포될 경우 1차 유포자를 특정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다른 피해자는 전 남자친구 등 유포 의심자가 발뺌하면 죄를 묻기도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했다.
구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은 이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협박 및 강요 혐의'로 최씨를 고소했다.
'리벤지포르노' 피해자를 접촉해 온 김호진 대표와 주 변호사에 따르면 실제 성관계 영상이 유포된 피해자의 삶은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난다." 주 변호사는 "피해자는 보통 인터넷에서 자신의 성관계 영상을 본 지인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게 된다"며 "그때부터 극단적 선택과 해외 도피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영상을 본 기분이 들어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김 대표도 "결혼을 한 뒤 전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이 유포돼 피해를 겪은 여성이 있었다"며 "가족이 견뎌내기엔 너무나 큰 고통"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성관계 영상 유포는 피해자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범죄지만 이 범죄로 가해자가 징역형을 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징역형 8.6%에 불과…무조건 징역형 구형 추진
정부는 지난달 26일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리벤지포르노' 등 성관계 영상 유포 범죄에 대해 무조건 5년 이하의 징역형만 구형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남인순 의원은 "동의없는 성적 영상물 유포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