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최하위권이다. 미국 자율주행 기술 조사기관인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19개 조사 대상 기업 중 15위였다. 지난해 10위에서 다섯 계단이나 밀렸다. 까다로운 규제 탓이 크다. 현대차 등 한국의 20여 개 기업·대학이 정부로부터 임시허가를 받은 자율주행 차량은 47대뿐이다. 지난해까지 총 운행기록이 19만㎞에 불과하니 데이터 축적부터 경쟁국과 차이가 난다. 한국 기업의 경쟁 전략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해외 기업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고 관련 기술회사를 인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자동차산업의 지난해 연간 인수합병(M&A) 거래액은 중국·미국의 10% 정도다. 기업의 R&D 투자도 부족하다.
노사협력으로 생산성 높인 독일·스페인·일본
우리는 고비용에 미래차 R&D 경쟁력도 떨어져
미래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현재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자동차 생산량은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고 완성차와 부품업체의 이익률이 크게 줄었다. 제조 라인의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은 이제 고질(痼疾)이 됐다. 부품회사가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니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사마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오죽하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 첫날 자동차 부품업체 현장을 찾아갔을까. 협력 부품회사가 무너지면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토대가 몰락한다. 고용 규모가 조선업의 3배이고, 수출의 11%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면 한국 경제는 버티기 힘들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경영자도, 노조도, 정부도 위기의식을 갖고 특단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리셋하지 않으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