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평양사람들 ⑤
탈북자 A씨는“북한은 남측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강산 관광을 통해 관광이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학습을 했다”며 “당국이 ‘조직’(모집)하는 평양 관광과 별개로 신의주와 혜산, 나진·선봉 등 지방에서도 관광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중 국경 지대엔 1~2일짜리 관광이 등장했다. 한때 중국 당국의 지시로 국경지역을 통제하고, 관광도 막혔지만 최근 문이 다시 열렸다.
북·중 국경 1~2일 관광상품 등장
중국 신분증만으로 북한 여행
“6배 수익” 털게 보따리상 줄잇고
세관 옆선 외국인상대 식당 영업
중국인들이 자가용을 직접 몰고 북한을 관광하는 당일치기 자가용 관광도 알음알음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북한 안내자가 모는 선도차량을 따라 줄지어 이동해야 한다. B씨는 “북·중 당국간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며 “적어도 세관이나 지방 정부 차원에서 중국인의 북한 관광을 허용한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9일에는 정부수립 70주년을 맞아 ‘빛나는 조국’이라는 제목의 대집단체조(매스게임)와 예술공연을 진행하며 해외 관광객을 모집했다. 북한은 최근 이탈리아 여행사인 미스트랄 여행사(Mistral Tour)와 15일 동안 중국~북한~한국을 관광하는 관광상품 계약을 하고, 내년 3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북한은 또 접경지역의 세관 건물 바로 옆 허허벌판에 대형 수산물 식당을 세워 합법적인 외화벌이에도 나서고 있다. 두만강이나 압록강을 통한 밀수 역시 성황이다. 북·중 국경 지역에서 밀무역 경험이 있다는 C씨는 “과거보다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밀무역은 여전히 성행”이라며 “조선(북한) 측에서 원하는 건 무엇이건 거래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관광과 털게 같은 틈새시장을 북한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발하거나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이유는 엄격한 제재 때문이다. 특히 중국을 향한 석탄 수출이 묶인 데 따른 파장이 크다고 한다. 고위 탈북자 D씨는 “북한의 경제성장세는 대중국 석탄 판매량과 밀접하다”며 “2010년대 들어 석탄 생산이 늘었고, 대부분 중국에 판매해 외화를 벌어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난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석탄 수출을 막으면서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에 판매하기 어렵게 되면서 석탄 생산이 줄자 탄광 노동자들이 금광이나 다른 일거리를 찾아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KITA)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북한의 대중국 석탄 수출액은 11억2685만 달러(약 1조2620억원)로 2016년까지 매년 11억 달러 안팎을 수출했지만, 지난해엔 4억 달러(약 4500억원)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 특별취재팀=정용수·권유진·김지아 기자 nkys@joongang.co.kr
◆ 도움말 주신 분=김보미·김일기·이상근·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가나다 순).
공동기획 : 중앙일보·국가안보전략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