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야부사, 소행성 류구 탐사
지구 떠난지 3년 반 32억㎞ 여정
지름 1㎞ 소행성 충돌 땐 지구 멸망
소행성 얼음·바위는 자원·에너지
JAXA의 소행성 탐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에도 하야부사1이 지구를 떠나 20억km를 비행한 후, 수차례의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소행성 이토카와에 착륙해 시료를 채취하고 2010년 지구로 돌아왔다. 달이 아닌 다른 천체의 물질을 가져온 세계 최초의 기록이었다.
일본은 왜 소행성으로 달려가고 있을까. JAXA가 밝히고 있는 공식 이유는 순수과학이다. 소행성 탐사를 통해 45억년 전 태양계가 형성된 직후의 상황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행성은 지구와 같은 행성이 태어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잔해이면서 변화를 가장 덜 겪은 천체다. 때문에 45억년 전의 화학적·열적 상태에 관해 중요한 단서를 전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 뿐 아니다. 우주 과학자들에 따르면 소행성 탐사에는 두 가지 목적이 더 있다. ‘지구 보호’와 ‘자원 확보’가 그것이다.
우선 ‘지구 보호’부터 풀어보자. 사실 태양계 내 소행성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은 화성과 목성 사이다. 100만 개가 넘는 소행성들이 무리를 이뤄 궤도를 돌고 있다. 이른바 ‘소행성대’로 불리는 곳이다. 또 한 곳, 지구 주위에서도 최근까지 약 1만9000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소행성들이 발견됐다. 이들은 지구 가까이 있다고 해서 ‘근(近)지구천체’라고도 불린다.
조중현 한국천문연구원 위험감시센터장은 “지름 1㎞ 이상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멸종할 수 있고, 100m급이라 하더라도 한 나라가 사라질 정도”라며 “이 때문에 미국 등 우주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구 위협 소행성을 로켓으로 밀어내거나 핵폭탄으로 파괴하는 등의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행성은 ‘우주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지구 표면에는 이용가치가 높은 희귀금속이 거의 없지만, 소행성에는 이런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지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철이나 니켈은 물론 백금과 같은 중금속의 대부분은 지구 중심 핵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반면 크기도 작고, 구(球) 모양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행성의 표면에는 희귀금속이 널려있다. 이런 자원을 지구로 가져올 수만 있다면 소위 ‘대박’일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과학기술로는 수송비도 감당하기 어려울 뿐더러 지구 대기권을 뚫고 대량의 자원을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우주과학자들은 향후 한 세대가 가기 전의 세월에 우주탐사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오면, 소행성의 광석과 얼음 등은 우주 상에서 가공해 탐사선과 우주기지의 자원과 에너지로 쓸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도 ‘선언’뿐이긴 하지만 소행성 탐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 2월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을 세웠다. 여기에는 달탐사 일정 뿐 아니라, 2035년을 목표로 소행성에서 암석을 채취해 오는 ‘소행성 귀환선’계획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소행성 탐사를 위한 인력과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2015년 소행성 관측과 이론 연구에 본격 착수했으며, 미래 소행성 탐사를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정도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구의 우주자원 채굴기업들은 2020년대 중반이면 지구 아닌 다른 천체의 자원추출 실험이 가능하고 2040년경이면 산업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과거 대향해시대가 시작될 때 앞선 나라들이 미지의 바다를 넘어 신대륙을 향해 도전에 나섰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