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개봉한 헐리우드 과학소설(SF) 영화 ‘아마겟돈’은 그런 인류의 공포를 스크린에 담았다. 영화에서는 텍사스 크기의 소행성이 초속 10㎞에 가까운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하다. 이대로 충돌할 경우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멸종할 수밖에 없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소행성의 표면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 핵폭탄을 터뜨려 폭파하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 세계 최고의 유정 굴착 전문가인 해리(브루스 윌리스 분)와 동료들은 두 대의 우주왕복선에 나눠타고 소행성을 향해 떠난다. 주인공 해리는 동료들의 죽음과 여러차례의 위기를 넘긴 끝에 결국 핵폭탄을 터뜨리는데 성공하지만, 결국 소행성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한다.
조중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장은 “소행성은 공기가 없는 진공의 상태라 굴착을 통해 땅속에서 핵폭탄을 터뜨려야 제대로 파괴할 수 있다”면서도“영화에서처럼 텍사스 크기의 소행성이라면 핵폭탄을 동원하더라도 지구 충돌을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겟돈과 같은 해 개봉한 영화 ‘딥임팩트’는 소행성(asteroid)이 아닌 혜성(comet)이 지구를 위협한다는 애기를 담았다. 영화에서는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의 존재를 미리 알아채고 우주선을 보내 파괴를 시도해보지만, 혜성은 두 조각으로 나눠지면서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작은 조각의 혜성이 먼저 지구에 떨어져 거대한 해일이 도시를 삼킨다. 다른 큰 조각의 혜성도 시시각각 지구를 향해 돌진하지만 결국 영웅들의 활약으로 혜성이 지구를 비켜간다는 스토리다.
러시아 도시 쑥대밭 만든 소행성
50년에 한 번 꼴로 지구로 떨어져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1900~1944)가 쓴 동화책 『어린왕자』(1943)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소행성은 인류에 막연히‘외로운 작은 별’수준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지구 가까이에 수많은 소행성들이 계속 발견되면서 근지구천체에 대한 관측은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생존의 문제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