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무고죄에 대해서는 집행유예 선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성범죄 무고사범에 대해서는 성범죄 형량에 비례하는 형을 선고하도록 법을 개정해달라는 등의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오는 6일과 27일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와 남성단체 ‘당당위’가 각각 혜화역에서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성범죄 관련 무고 처벌 강화 관련 여론이 더욱 확산할 조짐이다.
남녀간 성범죄 관련 무고 끊이지 않아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이 자신을 강제추행으로 고소한 여성을 상대로 앙갚음하고자 보복성 무고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B씨는 지난해 7월 "주점 여주인이 내 성기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에 출석해서도 B씨는 같은 주장을 하며 여주인에 대한 처벌을 호소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B씨는 과거 여주인을 대상으로 강제추행을 저질렀으며, 이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이에 대한 보복을 위해 여주인을 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여성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여죄도 확인됐다. 이에 제주지방법원은 지난달 7일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형량은 선진국보다 강해…현실에선 집유·벌금
실제로는 피해자와 합의를 하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면 법정에서 대다수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고 마무리되는 실정이다. 지난 9월 내연관계에 있던 직장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50대 여성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2월에는 여고생을 성추행했다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검찰 공무원이 보복으로 여고생을 무고했다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무고죄 자체가 입증이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설사 성범죄 피의자가 수사단계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거나,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더라도 '상대방을 형사처벌 받게 하기 위해 고의로 무고를 했다'는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면 무고죄 적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다 많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무고 혐의 입건자 1만219명이 가운데 기소된 건수는 전체의 18%인 1848건이고, 그중 구속은 5%인 94명에 불과했다.
"성범죄 무고죄는 집행유예 금지해달라"
"형평성 우려, 구형·양형 강화가 현실적"
신평 전 한국교육법학회 회장은 "국회에서 최저 형량을 3년 이상으로 개정해 집행유예를 선고 못 하게 하는 방법 등으로 법개정을 통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은 사회적 보루이자 최소한의 기준이어야 하는데, 특정 사건으로 여론이 불거질 때마다 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성범죄 무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거나 무고죄 적용 요건을 폭넓게 해석하는 방법으로도 접근할 수 있지만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다"며 "범죄에 대한 예방효과 등을 이유로 성범죄 무고죄 관련 처벌이나 요건을 강화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월 청와대도 무고죄 특별법 제정 관련 청원에 대해 "무고죄 특별법 제정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고, 무고한 사람이 가해자로 몰려 재판받거나 처벌받지 않도록 더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무고로 인한 피해가 크고 반성의 기미가 없는 경우에는 초범이라 하더라도 실형을 구형하는 등 중하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