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간담회의 주 내용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제안한 자유계약(FA) 총액 상한제(4년 80억원)를 선수협이 반대한다는 거였다. 롯데 이대호(4년 150억원) 등 초대형 FA 선수가 탄생하고, 그중 일부에게서 ‘몸값 거품’ 논란이 일자 KBO가 개선안을 내놨다. KBO는 FA 자격 취득 기간 단축, FA 보상 완화, 최저연봉 인상 등 선수에게 유리한 방안도 함께 내놨지만, 선수협이 거부했다.
선수 권익을 보호하는 선수협이 KBO 제안의 불합리성을 지적할 수 있다. 문제는 선수협이 진짜 보호해야 할 대상인 저연봉 선수에 대한 배려와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故) 최동원은 1988년 선수 권익 향상을 위해 선수협 결성을 시도했다. 구단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지만 슈퍼스타였던 그가 보여준 희생과 용기는 존경하고도 남을 만하다. 2000년 선수협이 탄생할 땐 더 많은 선수가 나섰다. 당시 선수협은 대중과 미디어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 노조였다.
그 덕분에 FA 제도가 생겼고 스타 선수는 큰돈을 벌고 있다. 에이전트 제도, 외국인 선수 쿼터(3명)와 연봉 상한제(100만 달러) 등도 고연봉 선수에게 매우 유리한 배경이다. 선수는 개인사업자이면서도 노조(선수협)의 보호를 받는다.
최근 몇 년 동안 프로야구 선수의 일탈(승부 조작, 불법 도박, 성폭행)이 끊이지 않았다. 팬들의 실망이 커지는 가운데 선수협회장(선수 대표)은 1년 넘게 공석이다. 선수협의 진짜 주인이어야 할 선수는 사무총장 뒤로 숨었다. 선수들은 하늘에 있는 선배를 보기 부끄럽지 않을까.
김식 스포츠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