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기자에게 "출장 중인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양주 구입 심부름을 시키는 것이 사실"이라며 "회사 내 만연한 갑질 문화 중 하나"라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김씨는 "퇴근은 물론 휴가 중 카톡 업무 지시는 기본이고 1년에 연차를 4일 이상 써본 기억도 없다"며 "이직을 해야 하는데 연차를 못 쓰게 하니 면접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직원들 '블라인드'에 "회사 내 갑질문화 만연"
출장자에 e메일로 "양주 사와 본사 제출" 지시
회사 측 "직원 불편 느꼈다면 시정하겠다" 밝혀
9월부터 이달 2일까지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는 I사의 기업 문화를 비판하는 성토 글이 쏟아지고 있다. 관련 글을 올린 회사의 직원들은 기자에게 "회사 상사가 불시에 직원들 휴대전화 검사를 해 '블라인드' 앱이 깔렸는지를 확인한다"며 "앱을 삭제했다 재설치하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I사 직원들이 블라인드에 올린 회사 생활 중 겪은 고충을 살펴보면 회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변화와 혁신을 통한 글로벌 선두 기업'이란 설명이 무색하다. "1년에 4일 이상 연차 사용 시 불이익", "신혼여행 중 업무 지시", "50일째 새벽 5시에 출근해 밤 8시에 퇴근", "평일 병가 사용 불가"등 그 사연도 다양하다.
이에 대해 I사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양주 구매는 회사의 시무식과 종무식 등 회사 행사에 사용하기 위해 일부 출장자들에게 e메일로 부탁을 한 것"이라며 "직원들이 불편함을 느꼈다면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직원들이 블라인드에 올린 사내 기업 문화 문제에 대해선 "회사의 규모가 크다 보니 일일이 다 확인해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