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물길서 5~7m로 커진 쓰나미 … “사망 수천 명으로 늘 듯”

중앙일보

입력 2018.10.01 00:02

수정 2018.10.0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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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팔루 시내의 포누렐레 다리가 강진과 쓰나미로 인해 붕괴돼 있다. 현지 언론들은 팔루와 인근 동갈라 해변 일대에 높이 최고 7m의 쓰나미가 덮쳤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섬’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가 발생해 30일 오후 현재까지 832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영향권인 술라웨시 주도(州都) 팔루와 인근 동갈라에선 교도소 벽이 무너져내려 수감자 수백 명이 탈출했고, 곳곳에 규모 4.0 이상의 여진이 무려 100차례나 이어졌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실종된 한국인 1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7.5 강진
폭 5㎞ 해변 이르자 파고 3~4배로
축제 준비 주민들 대피 안 해 피해
교도소 벽 무너져 수백 명 탈옥
무너진 호텔 묵던 한국인 1명 실종

AP·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규모 7.5의 지진과 쓰나미가 술라웨시주(州) 팔루와 동갈라를 덮쳤다. 술라웨시 섬 주변에서 최초 발생한 쓰나미는 대체로 1.5~2.0m 높이였지만, 주도 팔루의 탈리세 해변을 덮친 쓰나미는 높이가 무려 5~7m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로의 폭이 5㎞에 불과할 정도로 비좁은 해변가에 쓰나미가 몰린 탓에 위력이 증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30일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숫자가 832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29일) 집계된 수치(420명)의 두 배에 달한다.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팔루시 8층짜리 호텔 내 일부 투숙객이 잔해 밑에 깔려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사망자 숫자가 더 늘어났다. 실종된 한국인 1명도 이 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민 수는 1만7000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동갈라 지역은 통신이 완전히 끊겨 전혀 정보가 없다”며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진앙지에 가까운 동갈라 지역엔 주민 3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피해 구제 비용으로 5600억 루피아(420억원)를 투입한 인도네시아 당국은 군 수송장비를 동원하는 등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관제탑·활주로가 파손돼 운항을 일시 중단했던 팔루 무티아라 SIS 알-주프리 공항은 30일 운항을 재개했다.
 
이번 사태는 사고 현장에 머물던 주민들의 대피가 늦어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BNPB 대변인은 “지진 발생 당일(28일) 낮부터 팔루 인근 해변에서 수백 명이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쓰나미 위협이 발생했지만 사람들이 즉각 대피하지 않아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이번 사태로 사망자 숫자가 수천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지 안타라 통신은 수백 명의 교도소 수감자가 지진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탈옥했다고 전했다. 560여 명이 수감 중이던 팔루 교도소는 지진으로 벽이 무너지자 절반 이상이 도망갔다. 동갈라 교도소에서도 “가족 상황을 살펴볼 수 있도록 풀어달라”는 요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자 재소자 100여 명 이상이 불을 지르고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팔루 공항 관제탑에서 비행기 이륙을 끝까지 돕다가 목숨을 잃은 20대 관제사 구나완 아궁(21)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진 발생 이후 모든 관제사가 관제탑을 떠난 뒤에도 홀로 남았던 그는 마지막 여객기 바틱 에어 6321편을 이륙시킨 뒤 관제탑 4층에서 뛰어내렸지만 끝내 숨졌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