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보(109~120)=박 9단의 두터운 차렷 자세에도, 백은 어떻게든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겠다는 듯 110, 112로 열심히 우하귀에 잠입을 시도했다. 우하귀에서만큼은 꼭 실리를 차지하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느껴지는 수순이다.
그런데 하변도 이렇게 마무리되면 이제 반상에 남은 자리는 상변과 우변 뿐이다. 남은 공간이 줄어들수록 변화가 생길 여지도 점점 줄어든다. 설마 시바노 도라마루는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고 마는 걸까. 이대로 끝난다면 일본의 차세대 주자라고 알려진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너무 시시한 바둑이다. 처음부터 박정환 9단은 단 한 번의 위기도 겪지 않고 순조롭게 승세를 유지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