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비자본주의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KBO리그 구단에 새로 입단하는 외국인 선수의 계약 총액을 100만 달러(약 11억2000만원) 이하로 제한한다는 이사회의 의결을 발표하면서 곁들인 설명이다. 경제학자로서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은 그가 ‘현재 KBO리그는 중재자의 개입이 필요한 시장’이라는 신호를 준 것이다.
연봉 격차 4배에서 139배로 늘어
메이저리그도 구단에 사치세 부과
프로농구와 배구는 출범 때부터 샐러리캡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팀 연봉 총액이 남자 농구는 24억원, 남자 배구는 25억원을 넘지 못한다. 프로야구는 FA 제도를 도입한 1999년 이후는 완전 자유경쟁 시장이다. 현재 4년 총액 100억원 이상을 받는 선수가 3명(롯데 이대호 150억원, LG 김현수 115억원, KIA 최형우 100억원)이다. 이승엽(은퇴) 등 스타들이 도전했던 일본 프로야구도 한국 선수들의 연봉을 감당하지 못해 스카우트 경쟁에서 철수한 지 5년이 넘었다.
미국프로농구(NBA)와 미국프로풋볼(NFL), 북미아이스하키(NHL)는 아예 샐러리캡을 도입하고 있다. 리그에 속한 모든 팀이 같은(또는 비슷한) 출발점에서 레이스를 시작하자는 취지다. 그래야 경쟁이 더 공정해지고, 리그에 속한 팀들이 동반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1982년 프로야구가 탄생했을 때 최저 연봉은 600만원이었다. 박철순·김재박 등 최고 연봉 선수는 2400만원을 받았다. 격차는 4배였다. 올해 최저 연봉은 2700만원이다. 이대호의 연평균수입(37억5000만원)은 최저 연봉의 139배다. 팀 평균 연봉도 최고(KIA 2억120만원)와 최저(KT 1억559만원·신인과 외국인 제외)의 차이가 작지 않다.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KBO리그는 지난 10년 동안 인기에 취해 있었다. 단기간 내에 선수들의 몸값이 급격히 오른 탓에 거품이 커졌다.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FA 몸값만 급격히 올랐다. 그러나 스포츠 재벌이 KBO리그의 품질을 올릴 수 없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규제가 필요하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