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서는 산발적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난민 맞불집회가 열렸다.
4번 출구 보신각 앞에서는 난민찬성 집회가, 3번 출구 종로타워 앞에서는 난민반대 집회가 각각 동시에 진행됐다. 찬성집회에서는 “문제는 난민이 아니라 난민혐오”라며 난민혐오 문화를 조장하는 세력을 비판했다. 반대 집회 측에서는 “가짜난민과 불법체류자를 즉각 추방하라”고 외쳤다.
16일 종각역, 마주보고 난민 찬반 맞불집회
빗속에서도 각각 300여명 모여 상호 비판
한때 종각역 일대 점령 대치, 교통 통제
민노총·국회의원도 단상 등장하며 쟁점화
◇“비이성적 난민혐오가 문제”
이날 집회에 참석한 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A씨는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으로 인해 8개월 뒤에 한국에서 쫓겨나게 생겼다"며 "한국에 머물며 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정모(21·여) 양은 “난민이 한국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을 것이란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들의 터전을 버리고 한국으로 온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난민법, 불법체류자를 합법체류자로 둔갑”
이날 난민반대 집회에 참석한 공장 노동자 남모(25)씨는 "나의 세금이 노인들과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 국가유공자 등을 위해 쓰이는 것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난민에게 매달 43만원에 제공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고등학생 김모(17)양은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는 분들은 대부분 여성에 대한 인권의식이 우리와 다른 나라에서 오신 분들이 많다"며 "합법적인 절차 없이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종각역 점령·대치, 인권위·청와대로 각각 행진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측도 4시30분쯤 청와대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인도적 체류는 결국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정부에 ▶난민법 개정 반대 ▶난민심사 조작사건 진상조사 ▶무사증입국협약국가 축소 반대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이언주 의원 등장에 정치 쟁점화 우려도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반대 집회 단상에 올라 "다른 국가들은 노동자들이 난민문제에 대해 먼저 우려하며 대책을 고민하는데, 우리나라의 노동단체는 왜 우리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가"라며 "민주노총은 더이상 노동자 단체가 아니라 정치집단"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앞서 법무부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은 예멘 난민 신청자 23명의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인도적 체류는 난민에는 해당되진 않지만 송환될 경우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허용한다. 이들에게 부여한 체류기한은 1년이며 앞으로 예멘에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아지면 체류허가가 취소되거나 연장되지 않는다.
법무부는 나머지 예멘 난민신청자에 대해서는 10월 안에 심사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