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아파트 주차장에서 늦은 밤 사이렌이 울린 이유
박씨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차장 출입구에 주차를 한 점도 이해할 수 없지만 사이렌 소리에 정말 황당했다"며 "바로 내려가 차량에 적힌 전화번호로 항의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아파트 주차장 출입구에 주차해 센서 작동
"몰상식" vs "주차공간 부족"…일부선 칼부림도
관리사무소 "우리 처지도 을이라 답답"
"몰상식한 행동" vs "주차공간 부족해 어쩔 수 없어"
하지만 박씨는 "감정이 격해 그런 말을 한 것은 내 실수 였다"면서도 "지상 주차장은 낮에도 만석이지만 그날 저녁 지하 2층까지 마련된 주차장을 살펴보니 주차할 여유 공간이 충분해 차주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차장 출입구와 아파트 입구간에 거리가 20m에 불과해 주차장 출입구를 반복적으로 주차 공간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위와 같은 사례처럼 최근 아파트 주민들간의 '주차 분쟁' 사례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달 인천 송도에서 자신의 차량에 주차금지 스티커를 부착한 관리사무소에 항의해 아파트 주차장 진입로를 막은 '캠리 차주 논란'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주차 분쟁으로 주민들간의 칼부림이 일어나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다.
문제는 단기적인 해결책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주차 공간을 갑자기 늘릴 수도 없고 주차 단속을 하는 관리사무의 경우 주민들에게 월급을 받는 '을의 처지'라 강력한 단속을 하기도 어렵다.
원칙대로 주차금지 스티커를 붙이다가는 '이 관리사무소 업체와 계약을 유지하지 않겠다'며 항의하는 주민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다른 아파트 단지의 관리사무소 관계자도 "단속을 하면 하는대로 안하면 안하는대로 주민들에게 욕을 먹는다"며 "주민 항의에 속앓이를 하는 직원이 여럿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는 사유지라 단지 내 주차 분쟁에 개입하긴 어려운 상황"이라 말했다.
서울시 25개 구 중 9개,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 100% 미만
하지만 25개 자치구의 사정을 살펴보면 사정이 각각 다르다. 9개구의 주차장 확보률은 100%가 되지 않는데 가장 낮은 중구의 경우 주차장 확보률이 78.8%에 불과하다. 관악구의 경우 그 수치가 105.7%로 사정이 나은 편인데도 이런 분쟁이 발생한다. 전국 차량 등록 대수가 1995년 말 847만대에서 2017년 말 2252만대로 3배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해 지자체에서는 주차 시설 공유 방안 등을 마련하고 국토교통부에서도 올해 안에 아파트의 '주차장 설치 기준'을 확대하는 입법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당장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주차 분쟁을 겪은 박씨는 "관리사무소 단속에 한계가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지하까지 가는 번거로움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주민들 모두가 수고스럽더라도 조금씩 더 배려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