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변인은 전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고용 쇼크와 관련해 청와대와 다른 분석을 내놓은 것에 대해선 “이번 고용 동향에 대한 제 말씀으로 갈음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전날 KDI는 “고용 상황이 악화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7월 취업자 수 증가폭의 위축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였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적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8월 고용 쇼크] 청와대·정부 입장차
청와대, 소득주도 성장 고수 입장
“상용근로자 증가 질적 지표 향상”
김동연, 최저임금 원인으로 지목
“고용 회복 단기간 내에 어려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최근 언론에 잇따라 출연해 “일자리 개선 효과는 올 연말께, 소득 분배 효과는 늦어도 내년 2분기에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비슷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청와대의 기류와는 다른 입장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부총리는 고용 참사의 원인으로 최저임금을 지목하면서 “단기간 내 고용이 좋아질 것 같은 전망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고용 악화는) 구조적·경기적인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정책적인 영향이 있었고, 그중 하나가 최저임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다시 제기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단위기간 조정 문제를 좀 봐야 한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10.9%)은 불가역적이지만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당·청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이 같은 언급이 전해지자 이날 오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단을 찾아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수 있으나 청와대에서도 충분히 논의를 많이 했고 (최저임금) 속도 조절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칫 또다시 김 부총리와 장하성 실장의 갈등설이 번질까 봐 사전에 조치를 취한 모양새다. 이에 앞서 김의겸 대변인은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 조절 발언에 대해 “그 말씀에 대해서는 사전 정보가 없다. 제가 듣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된 담론에 대해 굉장히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방침”이라며 “대통령도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사과의 말씀까지 드렸고, 내년 최저임금안이 결정될 때 최저임금 속도 조절도 사실상 예상할 수 있는 부분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김 부총리의 상황 인식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제를 책임지는 분이든, 책임지지 않는 분이든 청와대나 정부의 일원으로 계신 분들은 이 사안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