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연, "포항지진 CO2 지중 저장과는 관련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18.09.12 20:26

수정 2018.10.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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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선임된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이 1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말 발생한 포항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이산화탄소(CO2) 지중저장 프로젝트'는 지진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30일 서울 외교센터에서 제95회 임시이사회를 열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복철 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 원장은 연세대 지질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지질과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88년부터 지질자원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해왔다. [과학기술연구회=연합뉴스]

 
이에 앞서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CO2 지중저장 프로젝트는 단층에 물을 주입하여 암석을 깨뜨리는 '수압파쇄(hydro-fracture)'와 동일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CO2 지중저장 프로젝트는 대기 중 CO2 저감 정책의 일환으로 포항 앞바다 퇴적층에 CO2를 포집, 저장한다. 올해부터 CO2 시험주입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11월 발생한 규모 5.6의 포항지진 발생 이후로 현재 프로젝트가 중단된 상태다. 포항지진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된 지열발전소와 함께 언급돼, 지역주민의 우려를 샀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CO2)를 지하에 묻을 수 있는 바다 밑 공간이 위치한 동해 울릉분지의 남서쪽 대륙붕 지역. CO2 지중저장 프로젝트는 대기중 CO2를 저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지만, 지하에 구멍을 뚫어 CO2를 주입하면 유체압이 증가해 만약 해저에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단층이 존재하면, 유발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래픽=김주원기자]

 
이 교수는 "화산지대에 주로 설치된 해외의 지열발전소와 달리, 한국은 직경 10~20cm 크기의 구멍을 지하 4.5km까지 뚫어 물을 주입한다"며 "구멍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압력이 높아지는 만큼, 이로 인해 암석이 쉽게 깨지고 단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열발전소처럼 물을 주입하지는 않지만, CO2를 땅속에 저장하는 것도 역시 유체압을 높여 지하 단층의 스트레스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다만 "이는 CO2 지중저장을 시행하는 곳의 지하에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단층이 있을 때의 경우"라며 "지열발전소를 건설하거나 CO2 지중저장 프로젝트 등을 시행하기에 앞서, 해당 지역의 지층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 역시 이런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그는 최근 2년간 발생한 포항과 경주지역 지진을 언급하며 활성단층 연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김 원장은 "지금까지 지진연구는 주로 지진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치우쳐 있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지진과 활성단층 순수 지질연구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동남권은 물론 수도권 등 한반도 전역에서 활성단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북한ㆍ러시아ㆍ북극권 등 북방자원개발 협력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북방지질자원협력센터' 설립과 향후 지질연이 추구할 경영철학ㆍ혁신방향 등이 제시됐다. 김 원장은 4대 혁신목표로 ▶건강한 연구환경 구축 ▶개방형·도전형 연구체계 혁신 ▶공공·사회적 책무 강화 ▶글로벌 연구경쟁력 제고를 제시했다.
 
김 원장은 “30년 동안 지질자원연구원에서 근무해 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조직을 잘 안다”며 “직원들 위에 절대 군림하지 않고 오직 연구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주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