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김 대변인은 “정부는 국민들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 국민들 목소리에 더 귀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고용지표 악화를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고 주요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지속해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김 대변인은 전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고용쇼크와 관련해 청와대와 다른 분석을 내놓은 것에 대해선 “이번 고용동향에 대한 제 말씀으로 갈음을 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전날 KDI는 “고용 상황이 악화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7월 취업자 수 증가폭의 위축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였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적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고용지표 악화에 어두운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지만, 연말쯤이면 고용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용근로자 증가 추세 등 고용의 질적 지표는 향상되고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신규 고용이 창출되고 생활 SOC 예산이 본격 투입되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하성 정책실장도 최근 언론에 잇달아 출연해 “일자리 개선효과는 올 연말쯤, 소득 분배 효과는 늦어도 내년 2분기에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비슷한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다시 제기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단위기간 조정 문제를 좀 봐야 한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10.9%)은 불가역적이지만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당·청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이같은 언급이 전해지자 이날 오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기자단을 찾아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수 있으나 청와대에서도 충분히 논의를 많이 했고 (최저임금) 속도 조절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칫 또다시 김 부총리와 장하성 실장의 갈등설이 번질까봐 사전에 조치를 취한 모양새다. 이에앞서 김의겸 대변인은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 조절 발언에 대해 “그 말씀에 대해서는 사전 정보가 없다. 제가 듣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 관련된 담론에 대해서 굉장히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방침”이라며 “대통령도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사과의 말씀까지 드렸고, 내년 최저임금안이 결정될 때 최저임금 속도 조절도 사실상 예상할 수 있는 부분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김 부총리의 상황 인식이 다른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제를 책임지는 분이든 책임지지 않는 분이든 청와대나 정부의 일원으로 계신 분들은 이 사안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