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 씨. 올해 최저임금이 올라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게 되자 부부 맞교대로 24시간을 근무하기로 했다. 이씨는 "지금과 같은 삶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자영업을 하는 것보다 다른 가게의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게 더 나은데 누가 창업을 해 일자리를 만들겠나"고 하소연했다.
'일자리 참사'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경기 악화로 일감은 줄어든 데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이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현장에선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같은 달보다 3000명 증가에 그친 이번 '일자리 참사'의 배경에는 인건비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폐업이나 긴축 경영을 선택하고 있는 현실이 한몫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기갑 한국용접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구·울산 등 국내 대다수 산업단지에서 공장이 절반밖에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력이 모자라는 업체마저도 향후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채용을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 현장에선 이 같은 긴축 경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의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다 보니 고용을 늘리지 않고, 이에 따라 가계 소득이 줄어 내수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여파가 기업의 부정적인 상황 인식에 한몫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