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비핵화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어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2018.09.12 00:23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청신호가 켜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화답하면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개최와 일정을 요구하는 친서를 보내왔다며 “우리는 이 문제에 열려 있고 이미 조율하는 과정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 보좌관도 “올해 열리는 게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해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위한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로써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한 비핵화 일정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북·미 접근 배경엔 미국과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김 위원장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핵 문제에서 성과를 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이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 또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북 특사 파견→남북 정상회담→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게 하는 중개 노력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청신호 켜진 2차 북·미 정상회담
3차 남북 정상회담 성과 내려면
비핵화 약속 아닌 이행 끌어내야

그러나 관건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과연 비핵화 관련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느냐다. 양측은 현재 선 비핵화 조치냐, 선 종전선언이냐 문제로 대립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상회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건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비핵화 관련 진전된 내용을 약속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핵 신고 약속 후 종전선언, 이행으로 이어지는 방안을 거론한다. 우리는 신고를 구두로 약속만 하는 수준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건 미흡하다고 본다. 비핵화를 약속하는 북한의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질 행동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핵화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어야 한다.
 
바로 이 점과 관련해 중재를 맡은 우리 정부의 책임이 무겁고 다음주 이뤄질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의 실질 이행에 있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비핵화 조치란 게 자신이 선정한 대상을 누구의 감독도 받지 않고 폐기하는 ‘셀프(self) 비핵화’로 국제사회의 믿음을 살 수 없음을 지적해야 한다. 불편하고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을지라도 말이다.
 
정부는 현재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여야 3당이 남북 정상회담 후에나 논의하겠다고 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을 의결해 국회로 보내는가 하면 14일엔 개성에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가지려 한다. 앞서 국회 의장단과 여야 대표의 방북 동행을 요구한 데 이어 문 대통령도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특히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가운데 쏟아지는 정부의 요구는 자칫 일방통행으로 비칠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정부의 노력은 우선 김 위원장 설득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비핵화 없는 남북관계 개선은 공허한 외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