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이 판 깨기를 피하면서 대신 2차 정상회담을 제안한 속내를 놓고 체면과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얻을 건 확실히 얻어 내겠다는 ‘1보 후퇴’ 외교술로 보는 시각이 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북한의 모습은 분명 북한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북한이 올해 평화 무드로 가고, 한국이나 미국과 각을 세우지 않기로 큰 틀을 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발 국가로 낙인된 이미지를 바꾸고, 미국과 정치ㆍ경제 분야에서 개선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종국적으로 원하는 체제 보장을 약속할 유일한 주체는 미국인데,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미국 대통령중 체제 보장을 해줄 가능성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지난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경제에 올인하고 있는 내부 상황도 유화책을 이끌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대북제재 해제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판단의 결과라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의 북한은 일부 남북 협상에서도 실리를 위해 자신들의 명분을 일단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협상장에선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중국 내 북한 식당 여종업원의 송환을 주장했지만 상봉 행사 자체는 중단하지 않았다.
워싱턴 현지에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 난맥상을 이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미 테리전략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김정은은 트럼프를 조종하는 데 매우 능숙함을 보여줬다”며 “트럼프가 국내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모든 상황을 주시하면서 기회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내 혼란을 폭로한 밥 우드워드의 신간『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와 뉴욕타임스의 ‘레지스탕스(저항세력)’ 기고문으로 내부 위기에 봉착한 상황을 노려 정상회담을 다시 얻어냈다는 뜻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