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자 상거래를 통해 해외에서 배송되는 제품이 얼마나 싼지 알아본 내용이다. 속눈썹 접착제는 아마존에서 0.58파운드(약 850원)에 살 수 있었는데, 10일 후 라오스에서 배송료 무료로 도착했다.
삼성휴대폰 충전기 英 소매점 가격, 中 배송품의 6배
만국우편연합 정한 소형포장물 비용 달라 '우송료 전쟁'
中 개도국 분류돼 선진국보다 수출국에 저비용 지불
LA~뉴욕 美업체 9달러 들 때 中 수출품은 2.5달러
하지만 이런 현상은 소형포장물의 해외 운송비를 특별히 규정한 국제 규정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고 FT가 보도했다.
로열 메일 같은 영국 우편회사들은 해외에서 도착한 2㎏ 이하의 편지나 소형포장물을 자국에서 이송해주고 발송 국가 측으로부터 국제기구가 정한 비용을 받는다. 스위스 베른에 본부를 두고 192개국이 가입한 만국우편연합(UPU)이 가이드라인을 정한다. UPU의 현행 규정상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있다. 영국ㆍ미국 등 선진국이 수출할 때 상대국 우편회사에 내는 비용보다 중국은 훨씬 적은 비용을 지불한다.
영국 업체들은 잉글랜드 중부 셰필드에서 런던으로 작은 물품을 보내는 것보다 중국 선전에서 보내는 게 더 저렴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가격 경쟁이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우송료 전쟁'이 촉발된 것이다.
미국도 같은 처지다. 미 제조업체가 ‘소매 우선 우편’으로 LA에서 뉴욕까지 0.45㎏의 물품을 보내려면 7~9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반면 미 우정국은 중국에서 도착해 같은 구간을 배송하는 우편물에 약 2.5달러만 받는다. 2㎏짜리라면 미국 업체는 19~23달러를 내야 하지만, 중국 측은 5달러만 내면 된다고 FT는 전했다.
이런 제도를 이용해 소규모 중국 상인들은 도매상에서 전기 제품이나 화장품 등 가벼운 물건의 재고를 사들인 뒤 항공화물로 영국이나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영국에서 가전제품 온라인 판매업체를 설립한 닉 글린은 “영국 우정국이 중국 재판매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치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왜곡돼 있다며 중국 등의 우편 요금 우위를 바로잡으라고 최근 국무부에 지시했다. 지난 5~8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만국우편연합 총회에서 미국은 현재 편지로 취급하는 2㎏ 이하 소형포장물을 소포로 구분하는 제안을 총회 개최 5일 전 긴급 제출했다. 하지만 중요 내용을 담은 제안은 총회 2개월 전 내야 한다는 규정에 걸려 접수되지 못했다.
로열 메일 측은 “중국과 터키, 러시아 등을 포함해 2021년까지 모든 국가가 유럽 주요국과 유사한 요금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규정 변경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미국만 단독으로 중국 등에 요금을 올려받는 선언을 할 수 있다고 FT는 전망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