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주식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대표적인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까지 했을까. 하지만 그것이 섣부른 공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 정부의 초기 내각에서도 적지 않은 후보자들이 같은 비리의 전력자였던 것이다.
11명 중 위장전입 의혹만 5명
언제까지 도덕성 검증만 하나
의혹 가려내 지명 철회해야
하지만 그렇게 낮춘 기준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니 기막힐 따름이다. 이은애·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자녀 학교 배정 등을 이유로 각각 7번, 3번 위장전입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는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 있다. 특히 이들은 법을 수호하는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데서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이 더 크다. 자신도 지키지 않는 법을 잣대로 어떻게 다른 사람의 위법 여부를 판단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장관 후보자들도 마찬가지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딸의 위장전입과 아들의 병역 기피, 지역구 사무실 특혜 임차 등 복수의 비리 의혹을 안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내부 정부를 활용한 비상장 주식 거래와 위장전입 의혹이 있다. 7대 배제 원칙을 고려한다면 후보 지명이 불가능한 경우다. 유 후보자의 경우는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위장전입 의혹에 “이유가 자녀의 교육 문제 때문이었다니 기가 막힐 뿐”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어 더욱 할 말이 없게 됐다.
지명하자마자 터져나오는 의혹들을 청와대가 사전에 몰랐을 리 없고, 그렇다면 후보자나 추천권자의 도덕적 잣대가 그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인사청문회가 공직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제도인데도 후보자들의 도덕성이 지나치게 낮다 보니 능력을 검증할 여지도 없는 반쪽 청문회가 되고 있으며 그것이 20년 가까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7대 배제 원칙에 위배된다면 청와대는 잘못을 인정하고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더 이상 무자격자들이 청문회 무대에 못 오르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도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