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공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내용을 두고 자동차 업계에선 “한·미 양국이 픽업트럭을 놓고 서로의 이해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상징’ 픽업 시장 계속 성장
2022년 점유율 50% 넘을 전망
‘Made in USA’로 관세 장벽 공략
재협상 초기 미국은 자국 자동차 부품 사용 비중을 올릴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한·미 FTA 재협상에선 현행 수준(한·미 부품 합계 35%)이 유지됐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는 한국산 부품 비중이 높아 미국산 부품 비중을 올렸다면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한·미 FTA 재협상에서 픽업트럭이 주목받게 된 건 미국 자동차 문화에서 픽업트럭이 차지하는 의미가 큰 데다, 미국 소비자 선호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서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LMC오토모티브는 “오는 2022년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50% 이상이 픽업트럭을 포함한 SUV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드의 대형 픽업트럭 F시리즈는 1975년부터 42년 연속 연간 판매 1위 모델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픽업트럭은 반드시 공략해야 할 시장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11년 8.9%에서 지난해 7.4%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미국 픽업트럭 시장 점유율은 포드가 30.4%로 1위, GM 산하의 쉐보레와 크라이슬러의 닷지램이 각각 19.2%, 16.4%를 차지했다. 일본차도 토요타가 10.2%, 닛산이 4.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형 픽업트럭으로 처음 미국시장 진출에 나서는 현대차가 성공할지 가늠하긴 힘들다. 하지만 미국 픽업트럭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되는 한 이 시장을 버릴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픽업트럭 판매량은 274만대로 2010년(158만대) 대비 73% 늘었다. 2022년엔 321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SUV와 픽업트럭 시장이 미국서 더 커지는 만큼 이제라도 현대차가 미국서 SUV 라인업을 늘리고 픽업트럭 시장에 도전하는 건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3년 전 싼타크루즈 컨셉트카가 도심형 픽업트럭으로 주목받았던 만큼 시장을 면밀히 분석해 도전하면 성공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