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 실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대북 특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의지는 분명하다”며 “비핵화 결정에 대한 나의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또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3분의 2가 완전히 붕락(붕괴)해 핵실험이 영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북한은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실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조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인색한 데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동시행동 원칙으로 종전선언을 요구했다고 정 실장이 전했다.
남북, 18∼20일 정상회담 추진
비핵화 이전 종전선언은 무리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종전선언 요구는 집요했다. 정 실장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일부의 주장처럼 ‘종전선언을 하면 한·미 동맹이 약화되고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상관없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핵화 전에 서둘러 종전선언부터 하는 것은 무리다. 아무리 정치적 선언이라 하지만 그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이 나오면 한·미 연합훈련이나 위기 시 미국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할 명분을 잃게 된다. 이런 우려 때문에 트럼프 미 대통령도 비핵화에 앞선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제 한반도의 운명은 2주 뒤 열릴 3차 남북 정상회담에 달려 있다. 이번 특사단이 거둔 절반의 성공을 바탕으로 남북 정상이 완벽한 북핵 합의를 도출해 한반도 위기의 분수령이 돼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적극 설득해 비핵화의 구체적 행동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필요하면 얼굴까지 붉히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북한 김 위원장 역시 북핵과 번영을 맞바꿀 마지막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선 안 된다. 더 이상 구체적인 비핵화 약속 없이는 미국을 설득할 수 없으며 한반도 공동번영의 청사진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