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실장은 “김 위원장은 자신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고 여러 차례 분명하게 천명하고 강조했다”며 “자기(김 위원장)의 의지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실천해 왔는데, 이런 선의(善意)를 선의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특사 방북 이후] 북·미 정상 덕담
김 위원장 “비핵화 의지 의심 답답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여 줬으면
한국이 미국에 내 진심 전해달라
종전선언, 주한미군 철수와 무관”
북한 최고 지도자의 발언이 이처럼 구체적으로 공개된 건 대단히 이례적이다. 정 실장이 해당 발언을 언론에 공개해도 좋다고 사전에 남북 간 조율이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특사단을 통해 국제사회, 특히 미국에 공개 메시지를 전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한·미 동맹 약화,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들은 종전선언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 아니냐”며 종전선언과 관련한 한국 사회 및 미국의 의구심에 대한 입장도 피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했는데,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북한은 그간 대외적으로 ‘싫으면 말라. 우리 식대로 간다’던 태도를 고수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기대감을 빼놓지 않았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최근 북·미 협상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신뢰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자신의 참모는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특히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외부 비판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해 대단히 ‘예우’하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알려 달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지난달 하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한 뒤에도 “(김 위원장과) 환상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에 있어 잘하고 있다”(지난달 29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답신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김정은이 대통령 트럼프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줬다.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thank you to chairman kim)”고 밝혔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