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쓰레기 섬의 진실
지난 3일 찾아간 충북 옥천군 군북면 석호리의 대청호 부유물 작업장. 대청댐으로부터 상류 40㎞ 지점이다. 대형 포크레인이 물가에 모인 부유 쓰레기를 육지로 퍼 올리고 있었다. 처리장으로부터 600여 m 떨어진 호수 안쪽에는 부유물 차단막에 걸린 쓰레기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배를 타고 접근하자 나뭇가지·갈대·페트병·스티로폼 박스·플라스틱 등이 뒤엉켜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작업선을 탄 인부들이 부지런히 쓰레기 사이를 헤치며 그물을 연결하고 있었다. 연결된 그물로 쓰레기를 둥글게 둘러싸서 호숫가로 끌고 오기 위해서다.
대부분 나무·풀, 10%가 생활폐기물
본류 합류 전 차단막 걸려 ‘섬’ 형성
“보기 안 좋지만 식수엔 영향 없어”
진짜 문제는 소옥천 변 축산농가
오염원 유입되며 매년 녹조 경보
부유물 차단막은 집중 호우 때마다 쓰레기 유입이 반복되자 2005년 설치됐다. 2년 뒤에는 보조 차단막까지 설치됐다. 차단막은 드럼통처럼 생긴 부유체를 900m 길이로 이어 물길 양안을 연결한 것이다. 부유체 아래에는 폭 1m가량의 철망을 달아 떠내려오는 쓰레기를 걸러낸다. 수공 관계자는 “언론은 쓰레기섬을 주목하지만,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섬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수질관리가 나름대로 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3200㎢에 달하는 광활한 유역면적에서 빗물을 타고 흘러드는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대청댐의 취수구는 두 곳이다. 대전 쪽으로 물을 보내는 추동 취수탑과 청주 쪽으로 보내는 문의 취수탑이다. 부유물 처리장으로부터는 각각 물길로 35㎞와 50㎞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이규탁 수자원공사 대청지사장은 “설사 부유물 작업장 근처에서 일부 쓰레기 잔여물이 부패하더라도 취수구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먼 거리”라고 설명했다.
소옥천의 대표 명승지는 군북면 추소리의 ‘부소담악’이다. 부소무늬 마을 앞 호반에 700m 길이의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곳이다. 이곳에서 바라본 소옥천은 얼마 전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온통 짙은 녹색이었다. 바위 봉우리가 소옥천의 물길을 막으면서 절벽 아래에는 부유 쓰레기와 녹조가 엉켜 있었다. 녹조 발생을 줄이기 위해 수중폭기장치(수면 아래 물을 퍼 올려 섞는 장치) 10여 대를 가동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소옥천의 녹조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을 구설에 오르게 하기도 했다. 지난 7월 대청호를 순시한 김 장관은 “대청댐 수문을 열어 소옥천을 빨리 흘려보내는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소옥천과 대청댐의 물길은 40㎞. 시뮬레이션 결과, 이 방법으로 소옥천 녹조를 줄이려면 대청호 물의 3분의 1은 흘려보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4대강 보를 열어 녹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환경론자의 주장을 수백만 가구의 식수원인 대청호에 그대로 적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규탁 대청지사장은 “관광지인 소옥천의 녹조가 심미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식수원 수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취수장까지의 거리가 상당한데다 취수장까지 이르는 동안 4곳의 조류 차단막과 1곳의 수류 차단막을 통과하게 돼 있어 식수원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취수구의 위치도 조류가 서식할 수 있는 익명을 요구한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여름철 녹조 발생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4대강 문제가 정치 쟁점이 되면서 국민들 사이에 녹조에 대한 과도한 공포 반응이 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