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흰 이걸 변기 스캔들이라고 불러요. 물을 내리지 않아도 내렸다고 하면 거짓말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니까요"
5일 밤 8시.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앞에서 촛불을 든 40대 학부모 윤모씨는 기자를 만나 학교의 문제지 유출 의혹을 이렇게 비유했다.
학부모·졸업생 정문 앞 촛불시위
"물 내렸는지 알 수 없는 변기 같아"
현직 교사도 "뿌리뽑아야 할 내신 비리"
윤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자신을 현직 고등학교 교사라 밝힌 김모(50)씨는 "고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적폐가 언론에 드러난 것"이라며 "숙명여고는 어서 빨리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기자가 "숙명여고 교사시냐"고 물어보자 "다른 고등학교의 교사지만 나와 내 아이들이 몸담은 교육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런 학교의 해명에 대응해 촛불집회가 열린 것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주 목요일부터 매일 밤 8시 학교 정문 앞에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오늘로 7일째다. 이날 경찰은 학교와 A교사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집회에는 숙명여고에 자녀를 둔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숙명여고 졸업생, 현직 교사, 다른 고등학교에 자녀가 다니는 학부모 등 다양한 사람들이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보탰다.
"학교는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있다"
또 다른 숙명여고 학부모(47)는 "처음에는 내가 집회에 나오면 우리 아이들이 교사들에게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웠다"며 "하지만 이런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정시밖에 없어 이젠 무서울 게 없다"고 밝혔다.
자녀가 지난해 숙명여고를 졸업했다는 학부모 김모(50)씨도 "아이가 재수를 해서 오늘 9월 모의고사를 보러 학교를 찾았다"며 "딸이 이젠 선생님들을 믿을 수가 없어 제대로 눈을 마주치기조차 어려웠다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