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상황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며 “재정수입을 늘려 흑자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두호브네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곡물 등에 부과하는 수출세를 올리고 정부 부처의 절반 정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고강도 긴축안 … IMF와 오늘 협상
곡물 수출세 올려 재정 확충도
페소화 올해 들어 50%나 하락
내년 만기 외화부채만 28억 달러
정부는 또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 부처를 축소하고, 공공 지출과 공무원 임금을 삭감할 계획이다. 어떤 부처가 통합되거나 폐지될지는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공무원 대량 감원은 불가피해 보인다.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는 곡물 수출 가격 부진, 에너지 가격 상승,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본격화했다. 페소화 가치 하락으로 금융 시장이 출렁이자 국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 페소화는 올해 들어 50%가량 하락했다. 페소화를 방어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달 13일 기준금리를 40%에서 45%로 올린 데 이어 지난달 30일 다시 60%로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경제가 멍든 보다 근본적 원인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집권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 때문으로 본다. BBC 방송은 “페르난데스 정부가 기업을 국유화하고, 수도·전기·가스 요금부터 TV 축구 중계권까지 크고 작은 서비스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데 예산을 펑펑 썼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내년에만 28억 달러 규모의 외화 부채를 갚아야 한다. 국내 부채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민간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IMF 문을 두드렸다. 마크리 정부는 지난 6월 IMF와 500억 달러(55조58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다. 지난달 29일에는 IMF에 자금 조기 집행을 요청했다.
긴축 정책은 IMF를 설득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6%가 넘는 재정 적자를 예상한다. 마크리 정부는 긴축 정책 실시로 내년에 균형 예산을 달성하고, 2020년 GDP 1% 규모의 재정 흑자를 내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IMF와 합의한 내년도 목표인 ‘GDP의 1.3% 재정적자’를 뛰어넘게 된다. 두호브네 재무장관은 4일 미국 워싱턴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만나 지원금 조기 집행을 논의한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