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열린 경남 창원 국제사격장. 대회에 출전한 ‘베트남의 사격 영웅’ 호앙 쑤안 빈(44)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가 부른 “감독님”은 한국인 지도자 박충건(52)이다.
베트남 사격 이끄는 한국지도자
제자 쑤안 빈은 리우 올림픽 금
호앙 쑤안 빈은 베트남 정부의 포상금은 물론 각종 광고에 출연해 5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베트남의 연평균 국민소득은 2385달러(약 260만원) 수준. 베트남 평범한 직장인이 200년을 넘게 벌어야 만질 수 있는 거액을 그가 벌어들인 것이다.
베트남의 사격 신화 뒤엔 베트남 사격을 세계 톱클래스로 끌어올린 박충근 감독이 있었다. 권총 선수 출신인 박 감독은 1993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을 지냈다. 2006년부터 경북체육회 지도자를 맡아 베트남 사격과 교류했다. 선수들 실력이 쑥쑥 늘자 베트남 사격연맹은 2014년 아예 박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했다.
박 감독은 “리우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 당시 환영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방부 장관이 호앙 쑤안 빈을 중령에서 대령으로 특진시켰다”고 전했다. 그는 또 “사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베트남에선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박항서 감독님이 축구를 킹 스포츠로 만들었다. 요즘 베트남인들은 식당에서 김치를 먹고, 한국의 TV 프로그램을 시청한다”고 전했다.
박항서 감독이 축구 선수들에게 ‘우리는 베트남’이라고 자부심을 심어준 것처럼, 박충건 감독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박 감독은 “내 인생을 걸고 베트남에 왔다. 세계 최고의 장비와 기술을 전해주겠다”며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베트남 사격 선수는 약 200명에 불과하다. 지금도 전자 표적 시설이 없는데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을 한국으로 이끌고 와 훈련을 했다. 호앙 쑤안 빈은 “감독님은 훈련을 많이 시킨다”며 “축구의 박항서 감독님처럼 우리 감독님도 새로운 스타일과 방법을 가르쳐주신다. 늘 목표를 높게 설정하라는 말씀이 동기부여가 된다. 한국인 감독님들이 베트남을 변하게 했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 박충건 감독뿐만 아니라 베트남 대표팀을 가르치고 있는 한국 지도자들은 또 있다. 펜싱의 신무협, 태권도의 김길태, 골프의 박지운, 양궁의 김선빈 등이 베트남 대표팀 지도자로 활약 중이다. 박충건 감독은 “베트남 사상 처음으로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창원=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