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1위 영업맨들의 노하우
하루 5번 고객 방문 10번 통화 원칙
모텔 세탁소 돌며 매출 파악해 대출
“영업맨, 화초 아닌 잡초 성향 필요”
“고객이 어떤 사업할지 공부해야”
정성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 그는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고객이 강릉으로 3박 4일 여행을 간다고 하자 먼저 강릉으로 이동해 깜짝 식사 선물을 해준 적도 있다. 박 본부장은 “실패를 실패로만 보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한 번 실패했다고 해도 꾸준히 고객에게 공을 들인다면 언젠가 다른 기회로 그 고객이 나를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불위야 비불능야”라는 게 그의 맺음말이었다.
조금 귀찮다고 고객 방문을 소홀히 했다가 쓴맛을 본 경험이 이런 철학을 만들었다. 그는 과거 한 운수업체와 큰 규모의 대출 계약을 맺으면서 직원 월급 이체와 퇴직연금 가입 등도 성사시키려 했다. “직원 설득에 힘써보겠다”는 업체 대표 말만 믿고 개별 상품 설명회를 열지 않았더니 직원의 90%가 월급 이체 신청을 하지 않았다.
구 센터장은 후배들에게 ‘닥방(닥치고 방문)’ 정신을 강조한다. 그는 “수백 번 실패해도 일단 고객과 만나기만 한다면 거래 성사 확률은 몇십 배로 커진다”며 “직원들이 화초가 아닌 잡초 성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 정글’ 속에서 자신을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구 센터장은 고객에게 “제가 해결 못 하면, 아무도 해결 못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주요 고객이라면 얼마나 많은 은행 영업원들과 만나겠는가. 고객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 역시 중요한 영업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그의 서비스 목록에는 고춧가루와 떡볶이, 라면 등의 ‘음식배달’도 포함됐다.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한국 식재료들이었다. 김 센터장은 “미리 고객이 원하는 품목을 조사해 봉헤지로에서 구매한 뒤 들고 갔다”며 “작은 양이었지만 고객들이 감동했고, 결국 지속적인 신뢰와 거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가 브라질에서도 두 번이나 1등 영업점 타이틀을 따낸 비결이다.
김 센터장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영업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업장(역삼) 부근에 있는 젊은 IT 벤처 사업가들에게는 어떤 금융 상품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기존 거래처의 경우엔 과거와 달리 현재는 어떤 금융 서비스가 필요할지 찾아본다”며 “그것을 토대로 작성한 제안서를 들고 고객들을 찾아가면 당장 거래가 성사되진 않는다 해도, 몇 개월 후 고객이 다시 연락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체득한 영업 비결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한 지점장은 “내가 더 양보하고 덜 가진다고 생각하면 그게 결국은 나한테 돌아오더라”며 “불교에서 말하는 ‘소욕지족’(작은 것에 만족하라)을 마음에 품은 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안일하게 일하라는 뜻은 아니다. 한 지점장이 후배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고객에 대한 공부’다. 한 지점장은 “내가 대하는 고객(기업)이 최근 어떤 사업을 새로 시도하려 하는지, 고객의 업권이 최근 어떤 흐름을 타는지 등을 공부해서 아는 게 중요하다”며 “고객은 은행이 자신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응원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비로소 그 은행을 신뢰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후연·정용환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