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부터 교수로 임용 돼, 6년 반 째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임용 당시 31살이었다"
지난 1일 '젊은 특훈교수'로 선정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배준범(37) 교수의 말이다.
UNIST는 2일 신진연구자 지원을 위해 마련한 '젊은 특훈교수' 제도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젊은 특훈교수(Rising Star Distinguished Professor)는 UNIST에 재직 중인 45세 이하의 교수 중 독보적 연구 분야를 개척한 연구자를 선발, 안정적 환경에서 성과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연구비와 특별 성과급여를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는 만 37~44세의 교수 6명이 선정됐다.
1980년생으로 특훈교수 중 가장 젊은 배 교수는 '물리적 인간-로봇 상호작용 시스템'과 '생체 모방 로봇' 분야에 대한 탁월한 연구 역량을 인정받았다. 영화 '아이언맨'과 같은 착용형 로봇을 제작하고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람에게 인지ㆍ감각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연구의 골자다.
이런 기초연구를 토대로 재난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아바타 로봇 시스템'은 2017년 제1회 미래성장동력 데모데이'에서 미래창조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았다. 배 교수는 "임용 이후 지속해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며 "박사 학위를 받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임용됐는데 무엇보다 학교 측에서 가능성만 보고 안정적 연구환경을 마련해 준 것이 마중물이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젊은 특훈교수 최재식(40)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역시 "5년 전인 35세의 나이로 교수에 임용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인공지능 국가전략프로젝트'의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다.
이 외에도 선발 교수들은 백정민 신소재공학부 교수(40)ㆍ고현협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44)ㆍ주상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41)ㆍ최장현 생명과학부 교수(41)로 모두 40대 초중반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젊은 특훈교수제는 과학기술계의 고령화 극복 전략과 맞닿아있다. 국내 과학기술계의 연구인력 고령화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 인력 평균 연령은 지난 2000년 39.6세에서 2014년 44세로 4.4세 증가했다.
KISTEP이 발간한 '전국대학 연구활동 현황'에 따르면 39세 이하 전임교원 비중은 2012년 12.1%에서 2016년 9.3%로 감소한 반면, 60대 이상 전임교원 비중은 같은 기간 11.9%에서 18.5%로 크게 늘었다.
연구인력의 고령화가 반드시 성과 저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령자일수록 성과달성 속도 등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해석도 있다. 학술적으로는 연구역량이 '역U자형'으로 40대 초중반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가 이후에는 점차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KISTEP은 "39세 이하 교원의 정부연구비 수혜 비중은 전체의 4.4%로 1인당 2700만원에 불과하지만, 국제전문(SCI) 논문실적은 이에 비해 매우 우수하다"고 밝혔다. 3000만~10억원 규모의 연구비 지원 시, 39세 이하 교원은 1인당 0.94편의 SCI 논문을 게재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성과를 나타냈으며, 특히 7~10억원 규모에서는 1인당 논문 수 2.26편으로 전체 평균의 5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연구인력에 대한 안정적인 연구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