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붉힌 김학범 “선수 모두에게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중앙일보

입력 2018.09.01 23:34

수정 2018.09.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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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김학범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8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우승을 이끈 김학범 감독이 선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 감독은 1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비농의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아시안게임 일본 U-21 대표팀과의 경기 직후 "애써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모든 것을 선수들이 스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23세 이하(U-23) 한국 축구대표팀은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 감독은 이번 경기에 대해 "굉장히 힘들고 어려웠다"라면서도 "선배들이 잘 이끌었고, 후배들의 의지도 강했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경기를 치르면서 조직력이 좋아졌다. 우승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하며 "특히 원정에서 우승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특별히 고마운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여기 있는 선수들이 다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감독은 옛 클럽 제자인 황의조 등의 선발을 놓고 나온 '인맥 축구'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그런 것(인맥)을 갖고 선수를 뽑으면, 결과가 잘못될 거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며 오히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고전하며 4-3으로 승리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절실함과 간절함이 더 필요한데, 그땐 선수들의 눈과 표정에서 그게 없어졌더라"면서 "많은 선수가 뒤에 처져있는 게 보여서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수들을 많이 혼내면서 이 정도론 절대 우승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우리 선수들 마음속의 것을 더 끌어내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령대 대표팀을 처음 맡아 아시안게임 우승을 달성한 김 감독은 2년 뒤 도쿄올림픽까지 팀을 이끌 것이 유력해졌다.
 
그는 "지도자가 하면 할수록 어렵다. 새로운 걸 느끼고 경험했다"면서 "올림픽 때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14 인천 대회 우승 멤버들이 성인 대표로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선수들 더 어리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들이 발전할 좋은 계기가 될 거고, 저도 지켜보며 수시로 얘기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팀 밖의 고마운 이에게도 마음을 전했다. 
 
그는 "사실 여기 마지막에 못 온 선수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각 팀 감독님과 구단 관계자들도 선수 차출에 아낌없이 도와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승하고서 누가 먼저 생각났느냐'는 질문엔 "가족들이 생각난다. 집사람을 비롯해 큰 (아들) 놈, 그리고 군대 간 아들도 고생이 많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