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는 지난 30일 인스타그램에 여성들이 남편에 관해 이야기하는 상황을 담은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에는 여성 5명이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는 모습이다. 사진에는 ‘내 얘긴 줄 알았어. 너희 남편도 그래?’라는 문구가 적혔다.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은 대화 형식으로 구성돼있다. 게시물에서 여성들은 “너희 남편도 그래? 우리 애들 아빠는 꼭 퇴근하면 집에서 밥 먹는다고 들어와서는 밥 차려주면 반찬 투정을 애들보다 더 한다니까”, “집에 들어오면 손 하나 까딱 안 하면서 어쩜 말끝마다 잔소리고”, “말도 마. 우리 남편은 애들 좀 먹이려고 사 놓은 과일이며 빵이며 귀신같이 알고 홀라당 지가 다 먹어버리고, 애들이 좀 놀아달라고 해도 아주 소파에 본드를 발라놓은 것 마냥 꼼짝할 생각도 안 해”, “우리 집도 평일이고 주말이고 아주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만 붙잡고 있어”, “난 아주 그냥 소파랑 묶어서 누구 줘 버리고 싶다니까” 등의 대화를 나눴다.
논란이 커지자 광명시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이날 1차 사과문을 올렸다. 광명시 인스타그램 담당자는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남녀 갈등을 유발하여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부적절한 내용을 담았던 것으로 확인했다. 오래전 과거에는 웃어 넘기면서 푸념하는 정도의 내용일 수 있겠지만, 현재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내용이라 판단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31일 2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광명시청 홍보실장은 “많은 논란을 일으켜 시민 여러분들에게 불편함과 실망감을 초래한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글을 게시한 담당자는 남성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이를 둔 아버지인 본인의 입장에서 자기반성적 의도를 담은 글을 게재하려 했다”며 “그러나 오히려 논란을 초래하게 된 점 무겁게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으로 게시물 작성 시 더욱더 신중하게 하며 시민 여러분들에게 유익한 시정소식을 전달하는 광명시 인스타그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젠더갈등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특정 성별을 매도하거나 성 역할을 고착시키는 문구, ‘몰카’, ‘미투’ 등 사회적 문제를 희화화하는 콘텐츠는 뭇매를 맞게 됐다. 이에 공공기관 및 기업의 소통 수단으로 활용되는 SNS 콘텐츠에 젠더 감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