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난소암을 극복했는데 다른 암이 생긴다면 실망감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김모(53)씨는 5년 전 초음파 검사에서 난소암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가 인근 장기로 번진 3기였다. 수술 후 상당 기간 항암제 치료를 받았다. 석 달 간격으로 3년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혈액검사를 받으면서 추적 관찰했다. 암세포가 사라졌다. 그런데 올해 초 국가 암 검진에서 유방암이 발견됐다. 난소암 발병 4년 반만이다. 김씨는 “5년 지나면 의학적으로 완치된 거로 봐도 된다고 해서 완치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라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암센터, 난소암 후 2차암 첫 조사
798명이 다른 부위 암에 걸려
갑상샘·대장·폐암 걸리기도
6개월마다 유방암 검진 필수
분석 결과,798명(3.84%)에게서 2차암이 나왔다. 암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의 1.3배, 즉 30% 높다는 뜻이다. 난소암 진단 후 평균 5년 6개월 만에 2차암을 발견했다. 갑상샘 환자가 200명으로 가장 많다. ▶유방암 116명 ▶대장암 115명 ▶폐암 80명 ▶혈액암(백혈병 등) 36명이다. 갑상샘 환자가 가장 많지만 발생 위험 정도는 백혈병이 가장 높다. 일반인이 백혈병에 걸릴 위험의 3.07배에 달한다. 폐암은 1.8배 높고, 대장암은 1.58배다. 갑상샘암 1.34배, 유방암은 1.26배다.
그런데 위·간암 2차암 발생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임명철 과장은 “난소암 진단이나 치료 과정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해서 바로 대처하기 때문에 다음에 생기지 않는다. 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난소암 2차암 실태는 세계적으로 연구한 게 별로 없다. 2015년 대만에서 조사했는데, 백혈병이 발병 위험이 3.98배로 높게 나왔고 자궁암·갑상샘암·대장암 등이 높았다. 이번 암센터 조사와 비슷하다.
왜 2차암이 생길까. 임 과장은 세 가지를 이유를 든다. 첫째 유전적 요인이다. 가족이 난소암에 걸린 적이 있거나 BRCA 같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는 2차암으로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 린치증후군(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 관련 5개 유전자가 있으면 대장암 위험이 있다. 다음은 항암제 장기 투여의 후유증이다. 난소암은 다른 암에 비해 항암제 치료를 많이 한다. 이 과정에서 암의 유전자를 건드려 백혈병이나 림프종 같은 혈액암을 유발한다. 잘못된 생활습관도 2차암의 원인이 된다.
임 과장은 “가족력이 있거나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으면 6개월마다 유방암 검진을 하고, 린치증후군 유전자가 있으면 1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난소암 추적검사를 할 때 혈액검사를 하는데, 이때 혈액암 검사를 하고, 출혈이 잘 멎지 않는 등의 증세가 있으면 백혈병을 의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운동을 하되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길을 달리는 걸 피하고, 걷기 같은 부담이 적은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한다.
난소암은 1999년 이후 매년 1.8% 증가한다. 99년 여성 인구 10만명당 5.5명에서 2015년 6.8명으로 늘었다. 생존자(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는 2015년 기준으로 1만8112명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