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IFA나 미국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주목받은 건 2016년 무렵부터이다. 당시만 해도 ‘장래가 기대되는 유망배우’였다면 불과 2년 만에 ‘원 톱’이 됐다. 올해 AI 가전의 타깃은 기존 TV·냉장고 등 의식주에서 웨어러블(입는)로봇 ·스피커 같이 움직이고 즐기는 동락(動樂) 분야로 확대됐다.
유럽 최대 가전쇼 IFA 오늘 개막
가사 도우미 역할 AI 가전 봇물
삼성, 냉장고·오븐이 레시피 추천
LG는 15개 제품 ‘AI 어벤저스’ 출동
삼성전자 AI 플랫폼인 ‘빅스비’가 탑재된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보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찾아준다. ‘밀 플래너(Meal Planner)’ 기능으로 식구의 특별 식단을 짤 수도 있다.
20~30대는 ‘엑스붐’ 브랜드의 스피커에 관심을 보였다. 기자가 엑스 붐에게 “오케이 구글, 베를린에 있는 좋은 식당 안내해 줘”라고 물었더니 맛집 리스트를 열거했다. 이처럼 LG전자는 자체 AI 플랫폼인 ‘씽큐’는 물론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등과 협업하고 있다. 개방형 전략을 통해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늘려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독일의 가전업체 밀레는 알렉사를 통해 작동하고 온라인으로 세제를 주문할 수 있는 식기세척기를 선보였다. 중국 화웨이는 “‘하이 AI’(화웨이 플랫폼)와 칩셋 등을 기반으로 AI 산업을 주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AI 전문가인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AI는 2024년까지 생활 가전으로 완전히 자리 잡을 것”이라며 “승부수는 플랫폼 전략과 데이터 확보, 제품 완성도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AI 플랫폼에선 아마존과 구글이 시장의 80%를 장악해 일찌감치 터줏대감이 됐다. 두 회사와 협력하는 파트너가 줄잡아 1500곳이 넘는다. 알리바바·바이두 같은 중국 업체의 추격도 거세다.
삼성과 LG의 전략은 구별된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사장)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빅스비와 스마트싱스 중심으로 다양한 파트너·개발자들과 생태계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AI는) 개방형 혁신을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세계가전박람회(IFA)
독일 베를린에서 매년 8~9월 열리는 디지털·가전 전시회. 미국의 ‘소비자가전박람회(CES)’, 스페인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더불어 세계 3대 전자전시회로 꼽힌다. 올해는 50개국 1800여 개 업체가 참가했다.
베를린=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