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코이카는 지난해 12월 26일 ‘NGO 봉사단 해외 파견 사업’에 예산 42억 6600만원을 배정했다. 2017년 예산이 아니라 2018년 예산 중에 일부를 미리 당겨 지급했다. 코이카는 선지급 예산 마련을 위해 다른 항목의 예산(코이카 봉사단 관련 사업, 37억 3200만원)을 전용했다.
해당 사업은 2018년도에도 이미 예산이 편성돼 있었다. 따라서 닷새만 지나 2018년 1월 1일이 되면 정당하게 당해연도 예산으로 집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전년도 연말에 선지급해 편법 집행 논란을 자초했다. 코이카 내부 규정상 예산의 이월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경우에도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코이카는 42억 6600만원을 선지급하는 과정에서 이런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해당 사업은 코이카 봉사단 해외 파견 사업으로, 사업 시행 주체는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라는 민간 단체다. 42억 6600만원은 모두 KCOC에 지급됐다.
윤현봉 당시 사무총장은 올 4월 주브루나이 대사에 임명됐다.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특임공관장이다. 윤 대사는 1998~2003년 대통령 제2부속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코이카의 예산 선지급 편법은 지난 22일 국회 외통위 예결산 소위에서 문제가 됐다. 코이카 측은 “불용 예산이 생길 경우 다음 예산 편성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제점을 인식하고 내부 감사를 통해 해당 부서에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내부 감사에서 코이카는 ‘부서 주의’라는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정양석 의원은 “불용을 막는 것이 회계의 건전성 확보라도 되는 것처럼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기관이 어디 있느냐. 이번 선지급 행태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여당 간사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솜방망이로 약하게 시정하면 또 재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외통위 소위는 이번 선지급 사태가 구조적 원인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코이카에 제도 시정을 요구했다. 외교부는 별도로 감사를 벌인 뒤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