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헌재 관계자는 28일 “최 부장판사는 평의에 참석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통해 연구관들이 평의 내용을 전달받으면, 이를 보고서로 작성해 정기적으로 제출하게 했다”며 “이 내용이 대법원 측에 전달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전했다. 그는 “평의 후 연구관들이 내용을 정리해 재판관들에게 관련 자료 등을 보완해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최 부장판사 역시 이를 위해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한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 관계자도 “그와 관련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헌재 연구관들에 작성 요구”
양승태에게도 보고됐는지 수사
“연구관들, 대법에 전달될 줄 몰라”
헌재 내부 “판사 파견 재검토” 여론
이 전 위원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임 전 처장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에게 이 문건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고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 시기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영한 전 대법관도 헌재 자료 유출에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최근 기각됐다. 검찰 관계자는 28일 브리핑 과정에서 “(영장 청구와 기각이) 핑퐁게임이다”며 “(법원이 왜 영장을 기각하는지) 확실하게 입장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은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마친 최 부장판사와 이 전 상임위원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헌재는 충격에 빠졌다. 헌재 소속 한 직원은 “결국 (판사가) 2년 동안 스파이 짓을 한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헌재 관계자는 “전문성이 부족한 외부 기관 인력이 상사로 오는 것에 대해 내부 불만도 많은 데 이렇게 정보까지 유출되니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헌재 창립 당시 연구관을 맡은 제1호 연구관 출신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헌재 설립 초기에 인력이 부족해 파견 판사 제도를 이용한 것이다”며 “파견 인력이 본연에 임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파견 금지 등 전면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헌재 파견 판사제도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헌재 소장이 요청하고 법원행정처가 이에 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8월 현재 헌재에는 부장판사 1명, 평판사 11명, 평검사 3명, 국세청·법제처 직원 각 1명이 파견돼 있다.
조소희 기자 jo.so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