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회견에서 “수많은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협상을 우리가 해냈다”고 발표했다. 그는 회견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멕시코와의 멋진 빅딜(A big deal looking good)”이라고 밝히면서 협상 타결을 사전 예고하기도 했다.
미국, 캐나다 빼고 우선 합의
트럼프 “멋진 빅딜” 회견 앞서 트윗
다우존스 6개월 만에 2만6000 돌파
자동차 무관세 수입 조건 한층 강화
멕시코에 공장 둔 한국 업체 빨간불
이 중 ‘뜨거운 감자’는 자동차 부품 원산지 규정과 일몰 조항이었다. 현행 NAFTA 규정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미국에 ‘무관세’로 수입되려면 북미산 부품 비중이 62.5%(부가가치 기준)을 넘어야 한다. 미국은 이 비중을 8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과 멕시코 두 나라는 협의 끝에 이 비율을 75%로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시간당 16달러 이상을 받는 고임금 노동자가 생산한 부품의 의무 장착 비율도 40~45%로 규정했다. 모두 미국 내 자동차 생산 기업·노동자에 유리한 개정 내용이다.
표면적 승자는 물론 미국이다. 주가지수가 이를 말해준다. 미국·멕시코 간 재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이 날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10% 상승하며 2만6049.64로 마감했다. 지난 2월 1일(2만6186.71) 이후 6개월여 만의 2만6000선 상향 돌파다. S&P 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0.77%, 0.91% 상승했다.
승자도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멕시코는 물론 한국도 NAFTA 재협상 타결의 파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 자동차 기업은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타깃으로 한 투자다. 당장 NAFTA 재협상 타결로 멕시코산 한국 자동차의 시장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국제통상학과 교수)은 “멕시코를 대상으로 한 무역확장법 232조(자동차에 대한 25%의 고율 관세 부과) 카드가 이번 NAFTA 재협상에서 먹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무역조치는 지속적으로 한국 자동차 수출 시장에 위협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의 패배는 미국과 무역 전쟁을 진행 중인 다른 나라에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멕시코와 협상을 매듭지은 트럼프 행정부는 곧 캐나다에 더 강한 압박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 역시 더 강해질 수 있다.
미국과 멕시코의 NAFTA 재협상이 타결로 가닥을 잡았지만, 공식 타결과 서명, 비준 등 넘어야 할 관문은 남아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 나라의 협상 타결이 이뤄지더라도 의회 비준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될 경우 (NAFTA 개정안) 비준은 위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현숙·조진형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