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12)
최근 급성장한 골프 시장에서 사업가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 있다. 장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인간성도 좋아 직원들을 자기 식구처럼 돌본다. 주인공은 1990년대 말 국내 골프 시장에서 캘러웨이 골프 클럽 돌풍을 일으켰던 에코 골프의 신두철(58) 대표다.
나는 2011년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스포티즌의 공동대표로 있던 시절 미국 골프클럽 제조회사인 클리블랜드의 한국총판을 운영하던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스포티즌이 대행한 여자골프 대회의 서브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만났으나 그의 협찬을 얻는 데 실패했다. 당시 그는 비즈니스에 충실하고 손해 볼 일을 절대로 하지 않을 정도의 냉정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신 씨는 이후 골프화로 사업 아이템을 바꿔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갔다. 그런 그가 요즘은 일보단 취미 등 개인 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SNS상에서 개인사를 엿보다가 근황이 궁금해 오프라인 만남을 청했더니 흔쾌히 수락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8월 어느 날 분당의 디자인센터에 있는 그의 회사로 직접 찾아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골프 사업에 어떻게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가.
처음에는 역경도 있었지만, 운이 따랐다. 당시 외국산 골프클럽의 밀수가 성행하고 있었는데, 당국의 단속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캘러웨이사의 GBB(Great Big Bertha) 와 BBB(Biggest Big Bertha)가 미국과 한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운영하던 회사가 97년 매출 500억 원대의 견실한 기업으로 크게 성장했다.
내가 당시 골프 업계의 관행을 따르지 않고 100% 자료거래를 하고 광고를 도입하는 등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한 게 회사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 그럼 언제부터 골프 클럽에서 골프화로 주 종목을 바꾸었나.
그런 와중에 경영이론 습득을 위해 건국대에서 마케팅을 전공했고 아주대 대학원에서 물류공학을 공부했다. 2013년 세계적인 신발 브랜드인 덴마크의 에코사와 합작으로 일반 신발까지 망라하는 에코 코리아를 세웠다.”
-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야심에 불탄 기업가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선한 사마리안같다.
- 그 뒤로 어떻게 변했는가.
2014년 조건진 KBS 아나운서의 권유로 경남 삼천포에서 함께 13일간 단식을 하면서 매일 20km를 걷는 대장정을 시작했고 매년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부모, 부부, 자식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전원주택을 지어 온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김치 담그는 것부터 음식도 제법 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오후 2시면 무조건 회사에서 나와 서예 등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 정신을 맑게 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매출 120억 원 적정 이익을 냈지만, 이제는 돈만 벌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민국홍 KPGA 코리안투어 경기위원·중앙일보 객원기자 minklpg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