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국민 애니 '마루코는 아홉' 작가 별세

중앙일보

입력 2018.08.28 08:15

수정 2018.08.2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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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년간 일본에서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애니메이션 ‘마루코는 아홉살’의 원작 만화작가 사쿠라 모모코(三浦美紀)가 숨졌다. 53세. ‘마루코는 아홉살’은 일본 뿐 아니라 국내의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마루코는 아홉살'의 포스터. 왼쪽 손 흔드는 이가 주인공 마루코.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사쿠라 작가는 지난 27일 유방암으로 숨을 거뒀다. 1990년 일요일 밤 방송으로 첫 전파를 탄 ‘마루코는 아홉살’의 원작 시리즈 연재는 86년 시작됐고 단행본 누적 발행부수는 총 3200여만부에 이른다.
 
만화는 1970년대 일본 시즈오카현 시미즈시(현 시즈오카시 시미즈구)에 사는 개구장이 초등학교 3학년 마루코양을 주인공으로 3세대가 모여사는 그의 여섯 가족과 이웃들의 일상을 다뤘다. 90년 10월엔 최고 시청률 39.9%를 기록하는 등 일본 시청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마루코는 아홉살의 원작자 사쿠라 모모코의 사망 사실을 알리는 마루코는 아홉살의 공식 트위터 .

‘마루코는 아홉살’이 이같은 인기를 얻은 건 일본인들에게 여러 의미를 가지는 쇼와(昭和) 시대의 소소한 일상을 전했기 때문이다. 쇼와시대는 히로히토 천황의 재임 기간(1926~1989)을 가리킨다. 


우리에겐 식민지배의 아픔을 안겨준 시대이지만 일본인들에겐 그 패전의 절망을 딛고 일본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경제 성장을 이룬  '이중적' 의미를 담은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일본인들이 이 시기를 그리워하는데 ‘마루코는 일곱살’이 그 시절의 향수를 전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 대중문화 평론가 나카모리 아키오씨는 아사히신문에 “헤이세이 시대(히로히토 천황의 뒤를 이은 아키히토 천황의 재임기간) 초기 일본의 거품 붕괴, 고베 대지진, 옴 진리교 사건 등 어두운 화제가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변에서 작은 기쁨을 얻었던 쇼와시대를 그리워했고,'마루코는 아홉살'은 바로 그 시대를 상징하는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다.
 

마루코 등장인물

 사쿠라 작가는 생전인 지난 2015년 방송 25주년 기념 아사히신문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작품을 아끼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만화도 계속 그리고 노래 가사 작업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의 병세를 알리진 않았다.  
 
일본에서 오래 생활하며 ‘마루코는 아홉살’의 팬이 됐다는 조윤수씨는 “외로웠던 일본 생활 중에 '마루코는 아홉살'은 따뜻함과 정을 느끼게 해 준 가족만화였다. 일본인들의 에피소드지만 하나하나 공감이 가서 매주 일요일이 기다려질 정도였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