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는 1970년대 일본 시즈오카현 시미즈시(현 시즈오카시 시미즈구)에 사는 개구장이 초등학교 3학년 마루코양을 주인공으로 3세대가 모여사는 그의 여섯 가족과 이웃들의 일상을 다뤘다. 90년 10월엔 최고 시청률 39.9%를 기록하는 등 일본 시청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우리에겐 식민지배의 아픔을 안겨준 시대이지만 일본인들에겐 그 패전의 절망을 딛고 일본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경제 성장을 이룬 '이중적' 의미를 담은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일본인들이 이 시기를 그리워하는데 ‘마루코는 일곱살’이 그 시절의 향수를 전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 대중문화 평론가 나카모리 아키오씨는 아사히신문에 “헤이세이 시대(히로히토 천황의 뒤를 이은 아키히토 천황의 재임기간) 초기 일본의 거품 붕괴, 고베 대지진, 옴 진리교 사건 등 어두운 화제가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변에서 작은 기쁨을 얻었던 쇼와시대를 그리워했고,'마루코는 아홉살'은 바로 그 시대를 상징하는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오래 생활하며 ‘마루코는 아홉살’의 팬이 됐다는 조윤수씨는 “외로웠던 일본 생활 중에 '마루코는 아홉살'은 따뜻함과 정을 느끼게 해 준 가족만화였다. 일본인들의 에피소드지만 하나하나 공감이 가서 매주 일요일이 기다려질 정도였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