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상원의원 27일 가족 대변인이 대신 낭독한 '미 국민에 대한 고별 성명'에서 “우리는 ‘피와 땅(나치즘·백인우월주의 슬로건)’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공화국과 이상을 가진 나라의 시민”이라며 “역사상 어느 때보다 압제와 빈곤으로부터 더 많은 사람을 해방했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부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세계 곳곳에 분노와 증오, 폭력을 뿌리는 종족 대결을 애국심으로 혼동할 때 우리의 위대함은 약해진다. 우리가 벽을 부수지 않고 벽 뒤에 숨을 때, 우리 이상이 변화의 위대한 동력임을 신뢰하기보다는 의심할 때도 위대함은 약해진다”고 덧붙였다. 국내적으로 백인우월주의와 같은 분열주의, 대외적으로 미국 일방주의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27일 공개 작별 성명 "종족 대결을 애국심 혼동 안 돼"
장례식 추도사 부시·오바마에 부탁, 트럼프 초청 안 해
트럼프, 이틀 지각 애도 성명, '영웅' 표현 끝까지 거부
백악관 조기 25일 달았다, 27일 오전 내렸다가 재게양
워싱턴포스트는 “이 같은 매케인의 특별한 고별 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전 포로 출신인 자신을 ‘전쟁 영웅이 아니다’고 자신을 비난한 이후 수년간 벌어진 둘 사이 전투의 장엄한 종결부(Coda)”라고 평했다.
매케인 상원의원의 ‘사후’ 강력한 뒤끝은 편지만이 아니다. 자신의 장례식에 2000년 대선 경선과 2008년 본선 각각 경쟁자였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초청해 추도사를 부탁했지만 같은 공화당에 현직인 트럼프 대통령은 초청하지 않았다. 대신 현 행정부에선 마이크 펜스 부통령만 초청한 것이다.
지각 성명에선 “우리의 정책과 정치적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조국에 대한 봉사를 존경하며, 이를 예우하기 위해 장례식 때까지 조기 게양을 위한 포고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오는 금요일 의회에서 열리는 영결식에 펜스 부통령에게 참석해달라고 부탁했고, 매케인 의원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유해 운구에 군 수송기 이용 및 군대의 운구, 군악대 지원 등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존 켈리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행정부를 대표해 장례 행사에 참석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조국에 대한 봉사를 존중한다”는 표현 외에는 정부 차원의 장례의전 지원을 설명하는 형식적인 성명에 그친 셈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평은 이날 저녁 복음주의 교단 지도자들과 만찬 자리에서 "우리의 마음과 기도가 유족과 함께하고 있다. 존 매케인 의원이 조국을 위해 한 모든 일에 크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기자들과 숨바꼭질 끝에 이틀 만에 낸 육성 반응이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