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 사기사건은 오래전부터 국내외에서 가끔씩 반복되곤 하는데, 이와 매우 유사해 보이는 것이 바로 ‘영구기관 사기사건’이다. 일견 황당해 보이는 일에 순진한 사람들을 꼬드겨 부당한 이득을 취한다는 점에서 너무도 닮아있다.
18세기 초에 독일의 오르피레우스는 자동바퀴라는 영구기관을 선보였는데, 톱니바퀴 장치의 중요 부분을 가리고 밑에 숨은 사람이 밧줄을 잡아당기는 어처구니없는 속임수였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 황제 등 여러 나라의 귀족과 부유층들로부터 거액을 지원받으면서 호사스런 생활을 누렸다. 19세기 후반 미국에서는 존 킬리라는 또 다른 탁월한 사기꾼이 “나는 약 1L의 맹물로 기차를 필라델피아에서 뉴욕까지 달리게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면서 거액의 투자와 후원금을 모았다. 그가 죽은 후에 건물의 마루 밑에 숨겨둔 압축공기 장치로 영구기관(?)을 움직였던 사기극이 드러났지만, 거액의 투자비는 모두 탕진된 후였다.
그런데 영구기관 사기사건은 과거에만 일어났던 해프닝이 아니라, 여전히 되풀이되는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력 정치인 등 저명인사들과 언론, 정부기관들마저 영구기관을 빙자한 사기꾼이나 그와 유사한 주장 등에 속아 피해를 보거나 망신을 당하는 일들이 데자뷔처럼 반복되고 있다. 보물선 사기사건이든 영구기관 사기사건이든 앞으로는 제발 다시 보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만, 근절될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최성우 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