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에선 전임 추미애 대표 체제에서 여당이 청와대에 끌려만 다녔다는 지적이 거셌던 만큼 ‘강한 여당 대표’를 내세워 당의 존재감을 키우자는 표심이 이번 전대 결과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울었던 당·청 관계 변화 예고
일부선 “수석들이 부담스러워 해”
문 대통령 “궁합 잘 맞을 것” 축하
이 대표, 당분간은 각 안 세울 듯
다만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극심한 당·청 갈등 때문에 선거에서 줄줄이 참패했던 ‘학습 효과’를 고려하면 이 대표가 당장은 당·청 화합에 역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수락연설에서 “철통같은 단결로 문재인 정부를 지키자”며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공동운명체다. 문재인 정부가 곧 민주당 정부”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는 26일 오후 10여 분간 축하 전화를 나눴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장시간 경선을 치르느라 힘드셨을 텐데 완주하고 승리해 기쁘다. 당·청 관계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다’고 했고, 이 대표도 ‘감사하다. 당·정·청 관계를 긴밀히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입법 문제는 당에서 크게 도와주셔야 한다. 조만간 지도부를 모시고 식사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 지도부와 함께 삼청동 총리공관을 방문해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국정현안을 논의했다. 이 날 ‘미니’ 당·정·청 회의에선 개각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앞으로 당·정·청 회의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노무현정부 때 대통령을 대신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책임총리’로서 매주 당·정·청 회의를 개최하는 등 정부·여당 내 의견조율을 했다. 이번에도 청와대가 이 대표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을 부여해 ‘책임 대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이 대표에겐 ‘당 장악’이 선결 과제다. 이 대표는 과반에 못 미치는 득표율(42.9%)로 당선됐다. 송영길(30.7%)·김진표(26.4%)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따돌렸지만 경선 과정에서 ‘친문(친문재인)의 분화’라고 할 정도로 당내 균열이 생겼다. 이 후보로선 86세대와 비문재인계 중진들을 끌어안아야 하는 숙제가 생긴 셈이다. 이 대표가 27일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 등을 포함시킨 것이나 이희호(28일), 권양숙 여사(9월 1일)를 예방하는 것도 당내 계파를 두루 감안한 행보다.
이번 전대에서 최고위원 당선자는 박주민(초선)·박광온(재선)·설훈(4선)·김해영(초선) 의원 순으로 뽑혔다. 남인순(재선) 의원은 여성 몫으로 한 자리 배정된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안정형 당 대표’에 힘을 실어 준 당심이 최고위원 구성에선 세대 교체를 선택하는 전략적 투표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 선거 당락을 좌우한 건 권리당원이었다”며 “권리당원의 지지율로 현장 투표를 뒤집은 후보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주민 의원은 대의원 득표율은 14.7%로 박광온·설훈 의원보다 낮았지만 권리당원 득표율이 27.0%로 압도적 우위를 점해 최종 1위를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전체 권리당원 71만여 명 중 24만6496명이 투표(34.7%)했다.
현일훈·김경희·하준호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