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게 없다!
요즘 중국의 배달 업체 이야기입니다. 남는 게 없는 정도가 아니라 모아놓은 돈을 계속 쓰다 보니 연일 적자행진입니다. 그런데도 '누가 더 많이 쓰나'를 경쟁하며 치열하게 시장 점유율 싸움을 벌입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그렇습니다.
음식 배달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배달 시장 주도권 잡으려 보조금 출혈 경쟁
모바일 생태계 확장과 빅데이터 수집 노려
1등과의 격차를 바짝 좁힌 알리바바는 추격의 고삐를 바짝 쥐고 있습니다. 방법은 보조금 공격입니다.
이용자들은 제 값을 주고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각종 행사를 통해 할인 혜택을 받고 있죠. 어러머는 이번 여름에만 30억 위안(약 4900억원)을 보조금으로 뿌렸습니다. 어러머의 레이 왕 CEO는 "중국의 음식점 가운데 배달 업체와 제휴를 맺은 곳은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하다"며 역전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메이퇀 역시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메이퇀은 지난해 이용자들을 위해 총 42억 위안(약 6900억 원)의 보조금을 지출했고 올여름에도 30억 위안(약 4900억 원)을 썼습니다. 지난해 메이퇀은 190억 위안(약 3조 1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339억 위안(약 5조 5500억 원)이었지만 번 돈보다 쓴 돈이 많았던 겁니다.
보조금을 쓸 때와 안 쓸 때의 차이는 제휴 식당들도 체감할 정도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인터뷰한 베이징 동부의 한 음식점에 따르면 매출의 10분의 1이 배달 서비스를 통해 유입된 소비자를 통해 발생하는데 할인 행사가 없을 땐 주문량이 급감한다고 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투자, 왜 하는 걸까?
게다가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QR코드를 이용한 간편결제가 활성화되면서 배달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2016년 기준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장 규모는 1666억 위안(약 27조5700억원)으로 5년 사이 8배나 커졌습니다. 올해 시장 규모는 2000억 위안(약 33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간 이용자 수도 6억명을 넘어설 전망이고요. 2020년까지는 연평균 60%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도 예상됩니다.
일단은 돈을 쓰며 버티면 언젠간 승자가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들 배달 업체를 버티게 하는 이유입니다. 시장이 성숙하면 언젠가는 소비자들도 서비스 비용을 지출할 것이라는 작은 기대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국내 배달앱 서비스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도 2년여를 버틴 끝에 결국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우선 소비자들에게 이름이 각인되면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고 결국 영업이익이 늘어난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인데요, 하지만 여전히 영업이익률은 3%를 밑돌아 '과연 남는 장사'일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더 큰 미래를 향한 투자
누군가는 출혈경쟁이라 부르겠지만 두 업체는 웃고 있을지 모릅니다.
무궁무진하게 확장되는 IT 거인들의 대결, 승자는 누가 될지 궁금합니다.
차이나랩 김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