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여자 고등학교였을까. “한국 입시·교육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학교 자체가 공포고, 창살 없는 감옥이다. 또 괴담 하나쯤 없는 여고도 없다.” 이 영화의 제작사 씨네2000 이춘연 대표의 말이다.
시리즈 5편 특별전 26일까지
최강희·박진희 등 호러퀸 배출
‘여고괴담’ 시리즈는 B급 장르로 여겨지던 공포영화의 틀에 동시대 10대의 고민을 녹여낸 신인 감독들의 개성 강한 연출도 화제가 됐다. 학교를 공포스런 입시감옥으로 설정하고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들의 고통, 일부 교사의 성추행 등 부조리한 행태를 포착했던 1편 ‘여고괴담’(감독 박기형)은 사회적 반향도 컸다. 영화 후반 귀신의 존재가 위협적으로 드러나는 학교 복도 점프컷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이 시리즈의 감독들, 배우들과 함께 22일 특별전 개막식에 참석한 민규동 감독은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던 철부지 바보 같은 저를 20년 세월 영화감독으로 살 수 있게 해준 인생의 전환점”이라며 “2편을 공동 연출한 김태용 감독과도 이 영화가 아니었으면 영화감독으로 못 살았을 것 같단 얘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죽은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단 설정의 4편 ‘여고괴담4: 목소리’(2005)를 만든 최익환 감독은 1편의 조감독으로도 참여했다. 그는 “‘타워’(2012)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당시 연출부 세컨드, 류승완 감독이 소품담당이었는데 한겨울에 셋이 꽝꽝 언 왁스로 마룻바닥에 광을 내다 불이 났다. 그때 (제작사) 사장님이 멀리서 흐뭇하게 보며 ‘대박 난다, 이 영화’ 하셨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고 했다.
이 시리즈는 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의 질투어린 관계를 부각한 3편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2003, 감독 윤재연), 우정의 맹세를 공포의 근원으로 삼은 5편 ‘여고괴담5: 동반자살’(2009, 감독 이종용) 등 시대 변화에 맞춰 10대의 갈등과 교실 풍경을 담아왔다.
‘여고괴담’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이춘연 대표에 따르면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현재 6편을 준비 중이다. 독립영화 ‘슬리핑 뷰티’(2008)로 데뷔한 이한나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