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1일 임직원용 사내 미디어인 ‘삼성전자 라이브’를 통해 이같이 밝히자 업계에선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완성차 사업 M&A설이 넓게 퍼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인 강도가 굉장히 강하고, 업계 소문에 좀처럼 공식 대응하지 않는 삼성전자의 평소 태도와도 매우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가 완성차 사업 진출이나 M&A를 공식적으로 부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장부품 포함 180조 투자 발표 후
관련업체 M&A설 돌자 긴급진화
“주 고객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소문 듣고 등돌리면 타격” 판단한 듯
“자율주행차·미래차의 ‘영혼’은 전자회사가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갈수록 자동차는 핵심 기술에 전자회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미 삼성은 차 껍데기만 빼고 다 만들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전자가 완성차 업체에 차량용 반도체와 LED를 납품하고 있고,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삼성디스플레이가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 삼성전기가 차량용 카메라 모듈 등을 만들고 있다. 실제 180조원 투자계획 발표 이후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 “우리 회사가 이제 완성차 사업에 뛰어드는 거냐” “전장부품 M&A에 완성차 업체도 포함되는 거냐”는 직원들의 질문이 올라왔다.
삼성전자 측은 소문이 퍼지기도 전에 차단에 나선 이유에 대해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문이 퍼지면 주요 고객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떨어져 나가 현재 큰 이익을 얻고 있는 반도체·부품 사업에 타격이 올 수 있다고 최고경영진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현재의 고객보다 더 큰 전략적 고려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커넥티드카·자율주행차에서 글로벌 합종연횡이 활발한 점을 염두에 뒀다는 시각이다. 현재 인텔 진영과 엔디비아 진영으로 양분된 자율주행차 동맹엔 완성차 업체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엔디비아와는 테슬라를 포함해 폴크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볼보·보쉬·도요타 등이 손을 잡았다. 인텔 진영엔 BMW·FCA가 자리 잡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차는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업과 동맹이 핵심인데, 삼성전자가 완성차 사업을 한다는 소문이 돌 경우 이에 어려움이 있을 거란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5G(5세대) 통신기술 기반의 커넥티드카 상용화를 추진하는 단체 5GAA에 지난해 이사회 멤버로 선임돼 활동 중이다. 이 단체엔 아우디·BMW·포드·재규어랜드로버·다임러 등 자동차 제조사 등 40개 이상의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최지영 기자 choi.ji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