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일제 강제징용 재판 연기 위해 박병대·조윤선과도 만났다"

중앙일보

입력 2018.08.2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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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지난 20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가운데는 박병대 대법관이 지난해 6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장면. 오른쪽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화이트리스트' 작성 관련 1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임현동·장진영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뿐만 아니라 후임인 박병대 전 처장(대법관)도 공관으로 불러 일제 강제징용 소송문제를 협의한 정황을 잡고 검찰이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1일 2014년 하반기 김 전 실장이 박 전 처장과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관계부처 장관들과 비서실장 공관에서 회동한 사실을 확인해 수사 중이다. 이는 2013년 12월 김 전 실장과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의 공관 회동에 이은 김 전 실장과 법원행정처장급과의 두 번째 공관 회동이다. 검찰은 2차 공관회동에서 강제징용 소송을 둘러싼 후속조치가 논의된 것으로 보고 있다.  

檢, 2013년 차한성 행정처장에 이은 2014년 2차 회동 수사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도 관련 내용 보고돼"

검찰은 두 번째 회동 역시 김 전 실장이 소집했고 징용소송을 주제로 대화가 오갔다는 관련자 진술과 기록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전 실장은 차 전 처장을 불러 징용소송의 최종 판결을 최대한 미루거나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전범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2년 대법 판결을 뒤집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된 바 있다.
 
첫 공관 회동은 같은 해 11월 말 “강제징용 소송이 2012년 대법원 판결대로 결론 나면 한국과 일본 양국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 전 실장이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외교부는 “일본 기업 책임을 인정하면 20만명이 소송을 낼 것”이라는 취지로 재판 연기를 요구했다고 한다.  
 
대법원은 2012년 1·2심 판결을 파기하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일본 기업들이 항소하면서 2013년 이 사건은 다시 대법원에 올라왔다. 대법원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사건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박병대 대법관(오른쪽)이 양승태 대법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임현동 기자

 
 다음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와 일문일답.
 
-2013년에 김기춘 전 실장이 대법관을 공관으로 불러서 재판을 지연해달라고 요구했다.
 “2013년뿐 아니라 2014년에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시 대법관이었던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과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관계 부처 장관을 불렀다. 이어 (강제징용) 재판 진행 상황에 대해 협의한 부분이 있다. 해당 자료와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청와대 담당은 김기춘 전 실장이, 다른 부처는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처럼 돌아갔다는 의미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다. 다른 부처도 있지만 수사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수사할 예정인가.
“법원은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 않다. 법원 국제심의관실 등 당시 담당자에 대한 자료제출은 (법원이) 거부하고 있다. 계속 요청하겠다.”
 
-대통령도 알고 있었나.
“보고 됐다.”
 
-혹시 그 자리에 외국인도 있었나.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김민상·조소희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